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내년에 최악의 식량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식량 문제가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이은 기근 팬데믹이 세계적인 문제로 부상할 것이라는 우려다.
세계식량계획(WFP)의 데이비드 비즐리 사무총장은 14일(현지시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충분한 재원이 마련되지 않으면 상황이 올해보다 악화하면서 세계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기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WFP는 기아 퇴치를 위해 세워진 유엔 산하 세계 최대 식량 원조기구로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노르웨이 노벨상위원회는 WFP가 기아 예방뿐 아니라 안정과 평화를 위한 가능성을 높이는 데 이바지했다며 202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인터뷰에서 “우리는 분쟁·재난지역과 난민수용소에서 식량을 공급했지만, 가장 힘든 시기는 바로 지금부터”라며 “내년에는 더 극심한 식량난과 기근이 닥친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가오는 위기를 타이타닉에 비유하며, “지금 우리는 빙산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빙산은 기근과 기아, 불안정과 이주”라고 말했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각국 정부가 코로나19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으며 경기부양책을 써 세계적인 기근을 피할 수 있었지만, 내년에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곳곳에서 재봉쇄가 진행 중인 데다 중저소득 국가의 경제 상황이 계속 나빠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각국의 봉쇄령과 보호주의 조처에 농산물 공급망이 멈춰서면서 식량 안보가 취약한 지역의 고통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 10월 WFP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향후 3∼6개월 안에 20개국이 식량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 가운데 예멘·남수단·나이지리아 북동부 등은 오랜 분쟁으로 이미 심각한 상황에 도달했고, 아프가니스탄·카메룬·중앙아프리카공화국·콩고 등도 상황이 심각하다고 이들 두 기구는 밝혔었다.
WFP는 기아 해소와 아동 지원 등을 위해 내년에 150억 달러(약 16조6,000억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근을 막기 위해 50억달러가 필요하며, 영양실조 아동 등을 위해 100억달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기부금을 확보한다면 세계적인 기근을 피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약 30개국은 기근에 시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많은 돈을 번 사람들이 기부에 동참해주길 바란다”며 “조만간 이들을 대상으로 모금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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