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5·미국)가 2년 연속이자 6번째 우승에 도전했던 마스터스 무대에서 불명예 기록을 썼다.
우즈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끝난 제84회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공동 38위(최종합계 1언더파 287타)로 마감했다. 그는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4언더파 공동 5위에 오르며 힘차게 출발했지만 이후 뒷걸음을 계속했다.
이날 최종라운드에서 11번홀까지 버디 1개와 보기 3개로 2타를 잃고 있던 우즈는 12번홀(파3)에서 한꺼번에 7타를 잃는 재앙을 겪었다. 볼을 3개나 물에 빠뜨렸다.
12번홀은 오거스타내셔널의 유명한 아멘코너(11~13번홀)의 두 번째 홀이다. 길이가 155야드로 길지 않지만 앞뒤 폭이 좁은 그린의 앞쪽에 개울이 있어 티샷에서 정교한 거리감을 요구한다. 우즈의 첫 티샷은 짧아서 물에 빠졌고 드롭 지역에서 1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 샷은 그린에 떨어졌지만 백스핀이 걸린 볼이 다시 물속으로 굴러 들어갔다. 같은 드롭 지역에서 친 다섯 번째 샷은 그린 뒤 벙커로 들어갔다. 벙커에서 친 여섯 번째 샷이 다시 개울에 빠졌고, 1벌타를 받고 벙커에서 다시 여덟 번째 샷을 하고서야 볼을 겨우 그린에 올렸다. 두 번의 퍼트를 보태 이 홀 스코어는 10타가 됐다. 기준타수보다 7타나 많은 ‘셉튜플보기’였다. 10타는 우즈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에서 기록한 한 홀 최다 타수다. 종전 기록은 1997년 메모리얼 토너먼트 3번홀(파3)에서 친 9타였다.
12번홀은 우즈가 지난해 11년 만에 통산 15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할 때 반전을 만든 곳이지만 올해는 흑역사의 현장이 됐다. 지난해 우즈는 최종라운드 11번홀까지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에게 2타 차로 끌려갔으나 몰리나리가 12번홀에서 볼을 물에 빠뜨려 2타를 잃은 덕에 이 홀을 파로 막아내 동타를 이뤄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었다. 우즈는 이날 12번홀 참사 이후 13번부터 마지막 6개 홀에서 버디 5개를 몰아쳐 순위를 끌어올린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브라이슨 디섐보(27·미국)도 공동 34위(2언더파)에 그쳐 체면을 구겼다. 올해 US 오픈에서 초장타를 앞세워 6타 차 우승을 차지했던 디섐보는 같은 전략으로 마스터스까지 제패하겠다는 계산을 세웠지만 부진했다. 어지럼증과 복통 등 컨디션 난조에 시달리기도 했다. 현지 매체들은 최종라운드에서 동반한 디섐보와 베른하르트 랑거(63·독일)를 비교했다. 드라이버 샷 평균 324.4야드로 1위에 오른 디섐보는 공동 34위, 평균 250야드로 컷 통과자 60명 중 최하위인 랑거는 공동 29위(3언더파)의 성적표를 받아쥐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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