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악의 전세난을 타개하기 위해 전세대책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핵심 방안들이 시장에서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매입·전세임대 물량을 늘리는 등 공급방안을 내놓을 계획인데,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질은 낮은데 임대료가 시세와 차이가 없어 수도권 다수 지역에서 외면받는 실정이다. 상가·오피스·호텔 등을 도시형생활주택으로 리모델링해 공급량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인데 이 역시 소규모 상가 등은 여전히 대상에서 제외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17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주 부동산시장 관계장관회의를 거쳐 전세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대책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을 통한 매입·전세임대 주택 확대방안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또 지난 8·4대책에서 발표했던 상가·오피스 등의 주거건물 전환을 확대하는 방안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의 심각한 전세난을 야기한 임대차 3법에 대한 변화 없이 공공물량 공급 확대로 전세시장을 정상화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우선 상가·오피스·호텔 등의 주거 전환은 사업성 문제로 인해 대상 물량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정부에 문의가 집중되는 곳은 30인 미만의 상가 또는 구분등기로 소유주가 분리된 건물 등이다. 이들은 현재 주택법과 건축법 규정 등으로 인해 주거건물로 전환되더라도 정부가 내놓은 특례 규정을 적용받지 못한다. 이에 따라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30인 미만의 상가 등에 대해서도 주차장 설치 면제 등 규제 완화 혜택을 줘야 하는데 정부는 현재 법안 개정 등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30인 미만 상가까지 규제를 완화하려면 주택법 등을 변경해야 한다”며 “현재 추가적인 법령 개정은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입·전세임대 물량 확대방안도 시장에서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LH가 공급한 공공임대 가운데 상당수는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크게 저렴하지 않아 공실이 발생하는 실정이다. 경기도 화성·평택 등지에서 선보인 10년 공공임대·국민임대 단지의 경우 임차인이 나타나지 않아 임대료를 할인해주는 상황이다. 민간주택보다 질은 낮은데 시세의 90%를 넘는 임대료로 인해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매입·전세임대 물량을 확대하더라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이날 전세난 등 부동산 시장 혼란에 대해 “주거 문제로 고통겪는 국민 여러분께 정말로 미안하다. 가슴 아프고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며 “전월세 계약갱신이 늘면서 공급이 줄다보니 수요자들이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도 변화에서 오는 과도기적 진통도 겹쳐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국토부의 전월세대책에 오피스텔과 상가건물, 호텔방을 전월세로 내놓는 등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안다. 오늘 내일 사이 발표되니 기다려달라”고 말했다./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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