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당내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듯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공식적으로 거취 표명을 압박하는 등 선명성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중도층의 민심 이반을 불러온 부동산 문제에 철저하게 낮은 자세를 보인 것과 대조를 나타냈다.
먼저 이 대표는 이날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윤석열 경질론’에 대해 사실상 동의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대표는 수개월째 갈등을 보여온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과 관련해 “이번 일은 검찰개혁의 과정에서 빚어진 것”이라며 “그게 본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윤 총장이 검찰개혁에 저항하면서 갈등이 커졌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는 이어 “검찰권 남용이라는 논란을 불식시킬 마음이 없다면 (윤 총장) 본인이 (거취를) 선택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는 ‘추 장관과 윤 총장 중 누구의 잘못이 더 큰가’라는 패널의 질문에도 “윤 총장은 공직자로서 합당한 처신을 하고 있는가. 검찰권 남용 시비를 받는 게 안타깝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추 장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추 장관이) 스타일 쪽이 아쉽다는 말씀을 듣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과의 갈등은 물론 야당 의원들과의 잇따른 설전에 이어 최근에는 같은 당 소속인 정성호 예결위원장과 충돌해 논란을 일으켰다.
추 장관이 추진 의사를 재차 밝히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비밀번호 공개법’과 관련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술거부권과 방어권 훼손이라는 문제 제기에 일리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대표는 그러나 금태섭 전 의원 등 일각에서 당내 다양한 의견이 실종됐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과거 역대정당과 다르게 현재 민주당에는 ‘의미 있는 비주류가 보이지 않는다’고 패널이 지적하자 이 대표는 “과거 (국민의당) 탈당으로 많은 의원들이 떠나면서 파벌이 없어진 결과”라고 해명했다. 당내 강성 지지층(친문)의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유의하겠지만 늘 의식하지는 않는다. 야단도 많이 맞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강성 지지층을 향해 “(추미애 장관과 갈등을 빚은 정성호 의원에 대한 과도한 비판과 같이) 같은 당원들에게 과도한 상처를 주는 것은 자제하는 지혜를 가져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입장이 오락가락한다’는 지적도 적극 해명했다. 그는 “오락가락하지 않았고 어제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이번에 처리한다는 원칙을 갖고 상임위원회 심의에 임하겠다고 했다. 그 원칙은 지금도 변함없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그간 수차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겠다고 말했지만 최근 민주당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당의 입장이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이 대표는 다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하나의 법안만 있는 게 아니다. 중복되는 다른 법들도 있는데 산업안전보건법도 그중 하나”라면서 “상충 여부와 법 체계 정합성을 따지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둘러싼 한일 갈등과 관련해서는 “일본기업 자산 현금화 문제는 정부가 물밑에서 제안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상대의 입장을 타진하는 일이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아직 타결까지 이르렀다고 보이지는 않지만 분위기는 상당히 개선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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