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조건에 ‘새로 주택을 매입하는 양수인이 실거주를 목적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를 추가해 여당의 임대차보호법 개정 취지를 일부 인정함과 동시에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앞서 7월 30일 처리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매수인이 실거주를 위해 주택 매입계약을 체결해도 등기를 마치지 않았다면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방법이 없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전세 낀 매물의 거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집주인들이 전세를 거둬들이면서 전셋값이 꾸준히 올랐다. 실제로 1가구 1주택자임에도 자기 집에 들어갈 수 없어 월세를 구하는 피해사례가 속출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현재 비과세기간이 경직됐고 입주 의무기간이 비현실적이며 대출 유효기간이 요지부동인 상태”라며 “입법 미비로 크나큰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수 차례의 입법 해석에만 의존하는 안일함을 보이고 있다. 분명한 개선이 필요한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법무부는 검토보고서를 통해 개정안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계약갱신요구권 제도를 형해화할 수 있고 매수인의 실거주 목적을 검증하기 쉽지 않아 임대차관계에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전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여당 주도로 통과한 임대차 3법은 물론 현 정부가 23번 내놓은 부동산 정책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점에 대해 일부 인정한 바 있다. 나아가 이 대표는 전세 대란에 대한 질문을 받자 “국민 여러분께 정말로 미안하다”며 “가장 뼈아프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변화의 속도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임대차보호법 개정이 반영될 여지가 생겼다고 바라보기도 한다.
만약 이날 계약갱신 거절권을 허용하는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통과할 경우 본회의 통과라는 개정 문턱만 남게 된다.
한편 김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10일 “주요 선진국들은 일정한 예외사유가 없는 경우 무제한의 계약갱신청구권을 인정하고 있고, 특히 주요 도시들에는 표준임대료나 공정임대료 제도 등을 통해 임대료 상승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 데 대해서도 전면으로 반박했다. 김 의원은 “이는 일부 사실만 발췌해 결과적으로 왜곡한 것”이라며 “해외 선진국들은 주택 매매의 경우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이나 프랑스의 경우 주택을 매각하려는 경우에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독일은 임대인이 재산처분을 하지 못해 불이익을 받는 경우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한다. 우리나라의 ‘주택임대차보호법’ 보다 강화된 ‘차지차가법’을 실행하는 일본도 임차인의 퇴거가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계약갱신 요구를 불허하는 ‘정기차가법’을 제정했다.
김 의원은 “자신이 산 집에 자신이 들어가지 못하고 떠돌아다녀야 하는 피해 국민들의 목소리가 이번 법안심사에서 반영되길 바란다”며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김혜린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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