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대파 숙청에 나선 가운데 대선 최고 보안책임자도 전격 해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크리스토퍼 크레브스 국토안보부(DHS) 사이버안보·기간시설안보국(CISA) 국장을 경질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미국 대선 보안과 관련해 죽은 사람의 투표 참여, 선거 감시단의 투표소 출입 불허, 개표기 결함 등 대규모의 부적절 행위나 부정에 관한 매우 부정확한 발언을 했다”고 경질 이유를 밝혔다.
크레브스 국장은 마이크로소프트 경영인 출신으로 2016년 대선 러시아 개입 의혹 이후 신설된 CISA를 이끌어온 인물이다. CISA는 이번 선거에서 각 주 정부 및 개인 회사들과 협력해 투표 장비를 공급하고 사이버 선거 보안 업무를 총괄하면서, 외부 세력의 선거 개입을 잘 막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CISA는 ‘루머 관리’ 페이지를 만들어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퍼뜨린 부정선거 의혹을 반박하고 허위 정보를 관리했다.
크레브스 국장 자신은 선거 보안에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전면에 나서지 않았고 트럼프를 직접적으로 비판하지도 않았다. 다만 AP통신은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목적에 과도하게 근접해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상부 기관인 국토안보부의 움직임을 전면적으로 거부해왔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CISA는 사망자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했다거나 누군가 선거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을 일축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또 CISA는 지난 대선에서 투표 결과가 바뀌었다는 주장에 근거가 없으며, 따라서 이번 대선이 미국 역사상 가장 안전한 선거였다는 연방정부 및 주 정부 관리들의 성명을 배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가 크레브스 국장 등을 경질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하원 국토안보위원장인 베니 톰슨(민주·미시시피) 의원은 크레브스 국장의 안위를 염려하며 그에게 안부 문자를 보냈는데, ‘아직은 괜찮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 고위 인사들을 대거 물갈이했다.
/장덕진 인턴기자 jdj132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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