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서부 윈난성의 한 지방자치단체가 개 산책을 금지하고 위반 시 안락사까지 가능하다고 발표했다가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이를 재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18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 중국청년보 등에 따르면 윈난성 웨이신 현은 지난 13일 공고문을 통해 문명적이지 않은 개 기르기 문화를 바로잡겠다며 “오는 20일부터 개 등록을 의무화함과 동시에 개 산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공고문에 따르면 개 사육 허가증을 받지 않거나 개를 데리고 산책하다가 당국에 발견될 경우 1차 적발 시 경고에 그치지만, 2차 적발엔 50∼200위안(약 8,000∼3만3,000 원) 벌금을 부과하고, 3차 적발 때는 개를 몰수 당하고 안락사 조치를 받게 된다.
또 관할 지역 안에 돌아다니는 유기견 등 ‘위험 동물’에 대해서도 당국이 언제든 관련 규정에 따라 법을 집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국 관계자는 “최근 개가 사람을 물어 다치게 하는 사건들이 연속으로 발생하고, 견주가 배설물을 치우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며 이번 규제를 도입한 이유를 설명했다.
웨이신 현의 이번 발표가 알려지자 중국에선 온라인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관련 기사의 조회 수는 2억을 돌파했고 수천 개에 달하는 댓글이 달렸는데, 댓글 중 상당수가 이번 규제는 도가 지나치다는 의견이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웨이신 현에 거주하는 중국인 이모씨는 “개 산책이 완전히 금지된다면 개를 기르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면서 “일부 견주의 잘못을 모든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동물학대방지협회 싱가포르 지부 관계자는 동물권을 훼손하는 정책이라 비판하며 “견주가 책임감 있게 개를 기를 수 있도록 교육하고, 목줄 항시 착용 등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웨이신 현은 “이번 발표로 인한 반응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관련 부처가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면서 “모든 정책은 법에 따를 것”이라 밝혔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중국은 이미 지자체별로 매우 엄격한 반려견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산둥성 칭다오는 한 가구당 개 한 마리만 기를 수 있도록 하는가 하면 저장성 항저우시는 대형견 사육을 금지하고 낮에는 개 산책을 금지했다. 또 후베이성 황스시는 몸길이가 45㎝ 넘는 개는 기를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장덕진 인턴기자 jdj132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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