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공동 개발한 신형 요격미사일 ‘SM-3블록2A’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격추하는 시험에 성공했다.
미국 미사일방어청(MDA)은 17일(현지시간) 해군 함정에서 쏘아 올린 SM-3블록2A로 모의 ICBM을 요격하는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종래 ICBM 요격 시험은 지상에서 요격 미사일을 쏘아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해상에서 발사된 요격 미사일로 ICBM 격추에 성공한 시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시험은 북한의 ICBM 위협에 대비한 것이라는 게 외신의 평가다.
이번 실험에 동원된 함정은 이지스 탄도미사일 방어시스템 장비가 장착된 미 해군 구축함 ‘존 핀’(DDG-113)이다. 이 함정에서 발사된 SM-3블록2A는 미국의 레이시온 테크놀로지스와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이 함께 개발 중인 요격 미사일이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미 동부시간 이날 오전 0시 50분 남태평양 마셜군도에 있는 콰절레인 환초의 로널드 레이건 탄도미사일 방어시험장에서 모의 ICBM이 하와이 북동쪽 해역을 향해 발사됐다. 이에 존 핀 구축함은 ICBM의 궤적 자료를 입수한 뒤 SM-3블록2A를 발사해 이 ICBM을 대기권 밖에 우주 공간에서 격추했다.
이번 시험은 하와이를 ICBM 공격에서 보호하는 시나리오 하에 진행됐다. FTM-44로 명명된 이 시험은 지난 5월 실시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탓에 연기됐다.
또 이 시험은 올해 말까지 SM-3블록2A가 ICBM 위협에 대응할 능력이 있음을 평가하라는 의회의 요구를 충족하는 것이라고 MDA는 설명했다. SM-3블록2A는 원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존 힐 미사일방어청장은 이번 시험 결과가 믿을 수 없는 성취이자 중요한 이정표라며 해상 기반 요격 시스템이 예상치 못한 미사일 위협에 대항하는 대비책을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폭스뉴스는 지금까지 ICBM 격추 시험은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 기지 등에서 발사된 지상 기반 요격기를 사용해 진행됐고, MDA가 현재 이들 지역에서 44개 이상의 지상 기반 요격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P통신은 힐 청장이 위협 대상 국가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북한이 미국의 주된 우려라고 평가했다. AP는 “미국이 수십년간 미사일 방어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려고 한 주요한 이유는 북한의 ICBM과 핵무기 개발 때문”이라며 이번 요격 시험 성공이 북한의 특별한 관심을 끌 것 같다고 평가했다.
교도통신도 “ICBM 개발을 추진하는 북한을 겨냥해 미국 하와이와 본토의 방어 능력을 보여주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만, AP는 현재 미국의 미사일 방어가 북한에서 발사된 ICBM으로부터 미국 본토를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재차 언급하면서도 이번 시험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도 우려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했다.
AP는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그들 국가의 핵무력 억지력 가치를 약화하기 위해 미사일 방어를 사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시해 왔다”며 이번 시험 성공은 중국이 장거리 미사일을 더 확대할 필요성을 느끼게 할 것 같다는 전문가 견해를 소개했다. 폭스뉴스도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핵무력이 계속 커짐에 따라 미군은 지상과 해상에서 미사일 방어 요격기 능력을 증강하기 위해 경쟁해 왔다”고 말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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