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 참모진 9명의 인선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9명 중 여성이 5명이며 흑인과 히스패닉 등 유색인종도 4명이 포함되면서 바이든 당선인은 유세 당시 밝혔던 대로 백악관에 다양성을 대폭 강화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17일(현지시간) 폴리티코와 CNN 등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은 선거캠프의 수석전략가인 마이크 도닐런을 선임고문으로 지명했다. 도닐런은 이번 선거 때 연설과 광고제작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바이든 당선인이 과거 부통령일 때부터 측근으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중용 가능성이 점쳐지는 톰 도닐런과 형제다.
캠프 선대위원장을 지낸 스티브 리체티도 선임고문으로 낙점됐다. 리체티는 과거 빌 클린턴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에서 활약했던 인물이지만 지난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로비스트로 활동했던 전력이 있어 일각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폴리티코는 바이든의 퍼블릭옵션 시행을 촉구하는 지지자들은 리체티가 과거 보험회사와 병원·제약회사를 위해 로비를 벌였던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성들을 대거 기용한 것이 눈길을 끈다. 캠프 선대본부장을 지낸 젠 오맬리 딜런은 부비서실장을 맡는다. 2003년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의 선거운동을 하며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오맬리 딜런은 대선에서 민주당을 승리로 이끈 첫 여성 선대본부장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맬리 딜런에 대해 바이든의 측근으로 새로 합류한 흔치 않은 인물이라며 이전에 백악관에서 근무한 적이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캠프의 법률고문이었던 다나 레머스는 법률고문이 된다. 레머스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핵심 법률고문이었으며 그가 퇴임한 후에는 오바마재단을 맡기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에릭 슐츠는 NYT에 “오바마는 스캔들 없이 8년간의 임기를 마쳤는데 이는 레머스 덕분”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유명한 노동운동가 세자르 차베스의 손녀인 줄리 차베스 로드리게스는 백악관과 지방정부 간 조율을 담당한다. 로드리게스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 캠프의 수석보좌관이었으며 오바마 행정부에서 특별보좌관 등을 지낸 바 있다. 이밖에 바이든캠프에서 활약했던 줄리 애니 토마시니는 대통령 집무실 운영 총괄을, 오바마 정부 시절 우루과이 대사였던 줄리사 레이노소 팬탈레온은 질 바이든 여사의 비서실장을 맡는다.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흑인 남성 세드릭 리치먼드 하원의원은 선임고문 및 대외협력실장으로 지명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리치먼드가 백악관 내 흑인 중 최고위급 인사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질 여사의 오랜 측근인 앤서니 버널은 영부인의 선임고문으로 활약한다.
이번 인사에 대해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바이든 당선인이 여러 여성과 유색인종을 포함한 ‘미국처럼 보이는’ 고위 참모진을 지명함으로써 트럼프와 또 한번 결별했다”고 평가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