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북서쪽 파주 교외의 아름다운 숲에 둘러싸인 ‘세별 브루어리’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공장’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기계가 중심이 되는 공장은 차갑고 비인간적이라는 선입견을 갖기 쉽지만, 맥주 공장인 세별 브루어리는 인간과 자연, 그리고 기계가 서로 조화롭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됐다.
세별 브루어리의 외관은 자연의 원료에서 자연의 맛을 추출하는 맥주의 제조과정을 닮았다. 설계를 맡은 와이케이에이치(YKH) 건축사사무소는 “건축의 형태적 결과물에 집중하는 대신 자연의 재료를 가공해 만드는 맥주의 제조과정을 건축적으로 해석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특징이 가장 두드러지는 요소는 마치 소나무 껍질과 같은 거칠거칠한 질감의 건물 외피다.
세별 브루어리의 외피는 소나무 재질을 콘크리트의 물성 위에 프린트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자연을 닮은 이 외벽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탄생했는데, 재질감과 색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디자인적 요소뿐 아니라 시공방법의 특수성도 고려됐다. 3개 층으로 구성된 외벽은 내부와 외부의 노출콘크리트 마감을 구현하기 위해 두 개의 콘크리트층 사이에 단열층을 뒀다. 또 거푸집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외벽에 붙은 소나무 껍질을 그대로 남겨둬 사간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속성을 표현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나무 질감의 외벽은 계절과 시간에 따라 서로 다른 반사광과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콘크리트에 사용된 코발트 안료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그 색상이 소실되는데, 이 또한 변화하는 자연의 속성을 닮았다.
거친 외벽을 따라 건물 내부를 향하는 진입로에 들어서면 정으로 쪼아진 콘크리트 입구를 지나 부드럽게 마감된 노출 콘크리트로 이뤄진 내부 공간에 다다르게 된다. 거친 외관에서 부드러운 내부에 이르기까지 차례대로 전환되는 질감은 콘크리트에 더해진 코발트색 염료와 함께 특별한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2개 층으로 이루어진 세별 브루어리의 내부는 거대한 규모의 기계를 수용함과 동시에 방문객의 동선을 고려해 설계됐다. 공장 견학과 맥주 시음을 위해 세별 브루어리를 찾은 방문객의 동선은 1층과 2층을 관통하며 자리 잡은 거대한 규모의 기계 공간을 지나 2층의 테라스와 중정까지 이어진다. 소나무를 닮은 외관을 거쳐 기계들이 자리 잡은 내부를 지나 다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2층의 테라스·중정에 다다르면서 방문객은 ‘자연-기계-자연’으로 이어지는 순환 동선을 경험할 수 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