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정부의 기존 ‘김해공항 확장안’을 사실상 백지화하면서 정치권이 동남권 신공항을 결국 가덕도에 신설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권영진 대구시장이 “보궐선거의 표를 위한 정치적 결정”이라면서 “영남이 극도로 분열할 것”이라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권 시장은 18일 전파를 탄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나와 부산과 영남권 발전을 위해 가덕신공항이 보다 적합하다는 여권의 주장과 관련, “자다가 소도 웃을 이야기”라면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권 시장은 “솔직히 내년 선거에 표가 되니까 하는 것이다. (선거에서 신공항 이슈를) 한두 번 우려먹은 게 아니다”라고 지적한 뒤 “가덕도로 (신공항 유치를) 호도하면서 지금 내년 보궐선거 이겨보려고 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권 시장은 이어 “보궐선거 때문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면 그걸 누가 믿겠나. 그런 게 더 저열하다”고 쏘아붙이면서 “차라리 부산시장 선거 놓칠 수 없으니 지금 발표한다, 솔직히 이렇게 이야기하고 하라”고 강한 어조의 비판을 이어갔다.
아울러 권 시장은 “지금 검증위원회에서 나온 백지화는 결론을 낼 수 없는 정치적 검증인데 정부가 이것을 믿고 백지화시켜서 간다는 것”이라며 “이 중요한 국책사업을 4년 동안 질질 끌다가 하루 아침에 백지화시키는 것을 그냥 가만히 국회가 보고 있는 것은 국회 자기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더불어 권 시장은 “김해신공항이 지금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검증위원회에서 나왔으니 이 문제를 치유할 수 있는 문제인지 보완할 수 있는 문제인지부터 검토를 해야 한다”며 “검증위원회의 문제 제기를 정부가 다시 한번 들여다봐야 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덧붙여 권 시장은 “만약에 정말 여기서는 안전에도 문제가 있고 소음 피해가 있고 계산이 잘못됐다면 새로 가야한다”면서 “새로 가는 것은 이미 어디를 정해놓고 가는 방식이 되면 안 된다. 앞으로 영남권 미래를 위한 항공 수요 그리고 제대로 된 관문 공항으로서의 입지, 접근성을 놓고 처음부터 다시 원점에서 해야한다”고도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미 어디를 딱 정해놓고 수순으로 몰고 가는 것은 법을 만들든 뭘 만들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거듭 비판의 수위를 끌어올렸다.
앞서 김해신공항 검증위는 전날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은 사업 확정 당시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던 사항들이 확인됐고, 국제공항의 특성상 각종 환경의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이 제한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면서 사실상 백지화 입장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국무총리실이 김해신공항 재검증을 진행한 지 1년8개월여 만으로 지난 18년 동안 해당 지역과 정치권을 뜨겁게 달군 동남권신공항 문제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검증위원회 발표와 동시에 민주당은 ‘가덕신공항특별법’을 발의하기로 하는 등 속도전을 예고한 가운데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표 계산에만 몰두한 정치권이 대형 국책사업을 뿌리째 흔들고 지역 편가르기에 불을 지폈다는 거센 비판과 함께 이에 따른 후폭풍이 예상된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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