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대원 행복주택은 성남 구시가지의 외곽에 위치해 있다. 건물이 위치한 대지는 주택가에 둘러싸여 있고 교통량이 많은 도로를 따라 늘어선 상업 건물 뒤에 숨어 있다.
주택의 각 가구 남쪽 벽은 전체가 창호로 이뤄져 있다. 위쪽은 고정창, 아래쪽은 수직 루버로 덮인 미서기창,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수직 루버는 추락방지를 위한 난간 역할부터 실외기를 감추기 위한 스크린까지 다양한 역할에 따라 간격에 맞춰 배치했다.
창호는 위아래가 서로 어긋남과 동시에 굴곡 있는 루버의 리듬으로 남쪽 입면을 이룬다. 이 리듬은 건물의 전면부에서 진회색 세라믹 돌출 입면이 교차하는 형태로 바뀐다. 기하학적 형태, 재질과 색상의 미묘한 조화를 거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층간 구분을 감추고 스케일의 변화를 주기 위해 남측 입면은 수평으로 세분화했다. 동적인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하나씩 엇갈린 단위가 수평 방향으로 이동한다. 이 기하학적 형태는 인접한 서쪽 파사드로 전이, 두 입면의 연속성을 만든다. 도로에 면한 서쪽 파사드는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인 사각형과 삼각형의 조합이다. 이는 행복주택이 주변의 환경을 모방하는 대신 강한 존재감을 지니게 하고 주변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건축가의 의도였다.
계단실은 남쪽 파사드 뒤에 감춰져 있다. 천창을 통해 떨어지는 자연광이 커뮤니티 룸과 미닫이문으로 연결된다. 공간의 연속성을 유지하려는 의도다. 커뮤니티룸은 열린 공간으로 설계했지만 필요한 경우 닫아서 사용할 수 있다. 세탁실 및 입주민의 각종 모임·교류를 위해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커뮤니티룸은 계단실이 위치한 밝은 아트리움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계단을 통해 하대원 행복주택의 가장 상징적인 공간인 옥상 테라스까지 연결된다.
이상대 심사위원은 하대원 행복주택에 대해 “모듈러 시스템에 의한 주거의 유형을 제시하는 실험적 프로젝트”라면서 “설계자는 풍부한 건축적 이야기를 끌어내고자 좌식생활에서 나올 수 있는 시선의 흐름을 입면으로 만드는 모티브를 사용하고 있으며, 계단실을 빛의 공간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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