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단숨에 300명대로 급증한 것은 당초 방역당국이 예상한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를 시행할 게 아니라 곧바로 2단계에 돌입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2단계는 사회적 여파를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불과 이틀 전인 지난 16일 “2~4주 후에 300~400명 가까이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당시 방역당국은 전파력과 잠복기, 감염 양상 등을 감안해 이달 말쯤을 코로나19 3차 유행 고비로 예상했지만 폭발적으로 확산되며 방역당국의 예상을 크게 웃돌고 있다.
최근 신규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거리두기가 1단계로 하향된데다 해외에서 코로나19 백신 소식이 들려오면서 생활방역이 느슨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여름 수도권 중심의 유행 이후 늘어난 무증상 감염자의 누적, 단풍놀이·핼러윈데이 등의 가을 활동 등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최근 유행 양상을 보면 확진자가 특정 지역이나 집단에 집중되지 않고 일상 곳곳에서 발생해 방역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이번의 경우 수도권에 집중돼 있기는 하지만 청정지역이던 경남 하동이나 강원 양구도 뚫리는 등 전국 곳곳에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확진자가 발생하는 장소도 직장·모임·수영장·학교 등 일상과 완전히 밀접돼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하루 평균 10건의 새로운 집단감염 사례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예전에는 신천지나 사랑제일교회·광화문집회 등 뚜렷하게 집단감염이 이뤄지는 대형 감염원이 있었으나 지금은 전반적으로 소규모 집단감염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면서 “당국으로서도 집중관리가 어려워지고 있어 사회적 거리두기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아 조사를 하고 있는 환자(깜깜이 환자) 비율이나 위중증 환자 수는 지난번 유행 때에 비해 아직까지는 양호한 수준이다. 실제 지난 2주간 감염경로를 조사 중인 환자 비율은 13.8%로 20%대였던 8~9월보다 어느 정도 통제가 되고 있다. 위중증 환자도 9월에는 175명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50~60명선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살아남기 쉬운 겨울철이 도래한데다 독감 동시 유행, 연말 모임 증가 등이 맞물리면 언제든지 확진자가 폭증할 수 있다는 게 방역당국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병상 부족 문제도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중대본에 따르면 18일 기준 전국 중환자 병상은 543개 중 21.9%인 119개가 남아 있다. 감염병전담병원 병상은 2,468개를 쓸 수 있고, 생활치료센터에는 1,324명이 입실할 수 있는 상태다.
일부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로 곧바로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국 확진자 수 300명 초과 상황이 1주일 이상 지속될 때 상향 가능한 2단계에서는 클럽·감성주점 등 유흥업종의 영업이 중지된다.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2단계 격상 없이 지역사회 유행을 차단하는 것이 목표”라며 “단계 격상은 여러 파급 효과와 제한 조치 등을 고려해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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