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도 ‘땅’을 밟고 자연을 느낄 방법이 없을까?”
모든 층에 테라스를 두는 파격적인 설계로 오피스 건물의 새 지평을 연 클리오(CLIO) 사옥은 이 같은 질문에서 시작됐다. 인간에 있어서 ‘땅을 밟고 사는 행위’는 지극히 자연스럽다. 하지만 우리가 일생의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무공간이 ‘효율성’을 최고 가치로 두고 점점 고층화되면서 일터에서 땅을 밟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됐다. 인간이 일터에서도 땅을 밟고 자연을 느낄 수 있게끔 해법으로 제시된 건물이 바로 클리오의 사옥인 ‘테라피스(Terrafice)’다.
테라피스는 땅을 뜻하는 ‘테라(terra)’와 사무공간을 의미하는 ‘오피스(office)’의 합성어다. 테라피스는 4개 층마다 벽 구조로 지지가 되는 큰 규모의 테라스가 엇갈리게 쌓여있고, 그 사이에 위치한 모든 층에 작은 테라스가 매달려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이처럼 테라피스의 테라스는 사람과 자연이 만나는 매개 공간이 된다.
테라스는 도시의 다양한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뷰파인더’ 역할도 한다. 테라스를 통해 바라보는 도시의 풍경은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풍경과 그 차원이 다르다. 창문을 통한 풍경은 닫혀있는 경관이지만, 테라스를 통한 풍경은 열려있다. 자연을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 점도 큰 차이점이다. 마치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도시의 풍경을 찍는 것처럼 테라피스의 테라스도 도시 풍경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위치와 방향에 자리 잡았다. 남쪽으로는 한강, 서쪽으로는 남산, 그리고 동쪽으로는 멀찍이 롯데월드 타워가 보인다. 거의 모든 층에서 이 같은 아름다운 서울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테라피스에는 건물을 실제로 사용하는 내부 경험자뿐 아니라 건물을 밖에서 바라보는 외부 관찰자를 위한 설계도 반영됐다. 마치 거대한 흰색 프레임 같은 테라피스의 외관은 다양한 도시의 풍경을 만드는 요소가 된다. 프레임은 그 자체가 간결할수록 다양한 변화를 담아낼 수 있다. 그런 만큼 테라피스의 테라스에는 백산 박판세라믹·저철분 유글라스·저철분 유리, 이렇게 세 가지의 재료가 사용됐다.
실제 서울 곳곳에서 테라피스의 흰색 프레임을 볼 수 있다. 성수대교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서울숲 너머를 보면, 또 왕십리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테라피스가 보인다. 서울숲의 거울 연못과 언더스탠드 에비뉴, 그리고 뚝섬역에서도 주위를 둘러보면 서울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테라피스를 발견할 수 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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