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운원은 서울 관악구 봉천동 쑥고개 길의 작은 상가주택이었다. 고층·고밀도 건물로 탈바꿈하는 봉천동의 여타 주택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근린생활시설과 오피스텔·다가구주택을 결합한 건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다른 신축 건물과 달리 사업성을 무리하게 고집하지 않았다.
건축가와 건축주는 신축 계획 전 협의를 통해 몇 가지 기본 원칙을 세웠다. 임대 가구 수를 무리하게 늘리지 않고 가구별 전용 면적은 가능한 여유 있게 하기로 했다. 또 다양한 평면 유형을 제공하고, 근린생활시설과 임대 가구 간 간섭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이 같은 원칙에는 이유가 있었다. 서울의 대학가 주변은 높은 임대료에 비해 거주 환경이 열악한 편이다. 건축주가 쾌적한 거주 환경을 제공하고, 임차인이 그에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면 서로 만족할 수 있는 집이 되리라 판단한 것이다 . 건축가는 각 층의 가구 수를 제한해 가구별 프라이버시를 확보하고자 했다. 절약한 공간은 가구별 전용 및 공용 면적에 배분해 최대한 여유롭게 주거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우선 1층에서 근린생활시설과 주거용, 주차 공간의 출입 동선은 상호 간섭하는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 갈래로 분리했다.
반복되지 않는 평면이 수직적으로 적층되는 방식은 구조적 측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불규칙적인 전이로 인해 하부 구조는 그 부담을 안게 된다. 통상적으로 전이보 등을 이용하지만 구조 사무소와의 협의를 통해 내력벽과 비내력벽을 구분하고 건축물의 하중을 줄여 무분별한 전이보를 줄였다.
대지의 형상도 난관 중 하나였다. 남향에 면한 폭이 좁고, 긴 장방형의 대지 속 남향에 면할 수 있는 가구 수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일부 가구는 서향이나 북향이 되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초기 계획 당시 대지 동측에는 11층 규모의 오피스텔이 시공 중이었기에 창을 내기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대지면적이 그리 크지 않아 건축주의 요구 사항을 반영하기 위해 고층화됐는데, 11층 규모의 이웃 건축물과 나란히 서 있기에는 보행자와 맞은 편 이웃들에게 시각적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도로에 면한 파사드는 저층부의 경우 가로의 연속성을 위해 인접 대지 건축물과 외벽의 위치를 정렬하고, 상층부로 올라가면서 점차 뒤로 물러나는 방식을 통해 위압감을 줄이고자 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각 층마다 다양한 형상의 테라스 공간이 자연스레 만들어지고, 외부 공간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했다.
/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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