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진정성이 설득 포인트가 아니라 생존 포인트라고 봐요. 만약 진정성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생존에 문제가 생길 거예요. 지금은 완전히 투명한 시대가 되어버렸지요. 그러니까 SNS를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이제 모든 사람이 기자증을 가지고 있고,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녹화되고 있고, 내가 하는 모든 말이 녹음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어떤 행동을 할 때 진정으로 하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릴 가능성이 높은 시대가 됐어요. 그러니 그 어느 시대보다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박웅현·오영식 지음, 김신 정리, ‘일하는 사람의 생각’, 2020년 세미콜론 펴냄)
광고와 브랜딩 업계의 베테랑들이 합심해 만든 이 책은 자기 업의 프로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일의 기본기를 다질 수 있게 하는 명언들로 그득하다. 한 기업이나 상품의 수많은 히스토리와 장점을 단 한 줄의 카피, 단 하나의 로고와 이미지로 보여줘야 하는 이들의 업은 얼마나 가혹한가. 그것을 기어이 뽑아내고야 마는 이들의 작업은 또 얼마나 열렬한가. 산업현장의 최전선에서 노동자이자 사업가인 동시에 창작자로 살아가는 이들은, 일할 때 가장 중요한 맷집과 클라이언트를 충족시키는 비기(秘器)를 풀어놓는다.
‘진심이 짓는다’라는 울림 있는 카피를 썼던 광고인 박웅현은 ‘진정성’을 강조했다. 광고는, 마케팅은, 브랜딩은 없는 것을 과대포장하는 것이 아니다. 가짜인 것을 진짜로 만들 수는 없다. 진정성을 억지로 꾸미면 이 ‘투명한 시대’에 언젠가는 들통 나고야 만다는 것이다. 이 말을 하는 그의 와이셔츠 소매에는 이런 문장이 자수로 놓여 있었다. ‘일상이 성사(聖事)다.’ 매사를 성스럽게 여기고, 일상을 진심으로 살아내고 일하지 않는 자들은 결국 모든 것이 까발려져 망하고 망신당하게 마련이다. 박웅현의 말처럼 이것은 ‘마케팅 포인트’가 아니다. 우리 시대의 ‘생존 포인트’다.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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