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분당구 서판교 지역은 수도권의 대표적인 단독주택지역이다. 단독주택은 담장으로 외부와 격리된 ‘닫힌 형태’의 유형이 대부분이다. 단독주택 ‘온도’는 이러한 정형화된 틀을 깼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택이 가져야 할 따뜻함과 정서를 보여주기 위해 과감하게 공간을 개방했다.
‘온도’는 주인 가구와 세입자 등 총 2가구로 구성된 다가구주택이다. 도로 면에서 보이는 건물 정면의 돌담 매스는 하얀 집 전체 중 입구다. 두 가구의 현관문은 도로에서 직접 보이지 않도록 돌담 매스의 안쪽으로 배치했다. 손이 닿는 1층의 외장재는 목재와 자연석을 사용하여 질감을 보고 느낄 수 있으며, 지하 및 1층의 외부공간까지 이어져 다양한 재료를 집 내부에서도 느낄 수 있다.
1층 거실은 고측창을 통해 북측 도로로부터 시선은 차단하면서 건너편의 공용녹지까지 조망을 확장했다. 또 남측으로는 거실과 마당이 하나로 이어지도록 통창을 설치했다. 2층의 가로로 긴 창은 북측 공용녹지를 실내로 끌어들여 내부 곳곳에서 자연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A가구는 오브제인 나선계단으로 다락을 통해 들어온 자연채광이 실내 깊은 곳까지 유입되고, B가구는 한쪽 벽면에만 고정된 켄틸레버 계단으로 넓은 공간감을 준다. 각 가구마다 개인의 다락과 옥외공간을 가지며, 매스를 활용한 시선 차단으로 서로의 사생활이 보장되도록 했다.
이상대 심사위원은 “서판교 지역은 좋은 의도에서 시작된 지구단위계획지침에 비해 많은 비판적 평가가 내려지는 지역으로 닫힌 형태의 주거유형이 주를 이루는 지역”이라며 “‘온도’는 건축주와 세입자 두 가구가 함께 살아가는 주거공간으로 건축사는 두 가구가 서로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받지 않으면서 살아갈 수 있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입체적 공간계획은 자연스럽게 외관의 정체성으로 표현돼 이 주거만의 독특한 경관을 만들어낸다”며 “이 건물은 크지 않지만 단독주택에서 가질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고 건축적으로 잘 표현된 훌륭한 프로젝트”라고 덧붙였다.
/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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