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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방식’, 독인가 약인가…여권 내부서도 엇갈린 진단

한반도TF 단장으로 비건 만난 송영길

“탑다운과 바텀업 방식 간 조화 필요”

5선 출신 이종걸 민화협 상임의장은

“트럼프 탑다운에 우리는 녹초 됐다”

이인영 장관은 페리 전 장관과 간담회

“페리 프로세스, 한반도 평화 교훈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EPA연합뉴스




‘트럼프의 시간’이 끝나가는 가운데 그가 취한 ‘탑다운(정상 간 대화)’ 협상 방식에 대한 엇갈린 진단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소속의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18일 “북한과 대화하는 데 있어 탑다운과 바텀업 두 방식 간 상호조화가 필요하다”고 한 반면 같은 당 출신의 이종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은 “특이한 트럼프 대통령의 탑다운 방식에 우리는 완전히 녹초가 됐다”고 비판했다.

송 위원장은 한반도TF(태스크포스) 단장 자격으로 이날 미국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을 만나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준 대북 관여 정책은 고립된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낸 의미 있는 첫발”이라고 밝혔다.

그는 “차기 미국 행정부에서도 이러한 노력을 지속하며, 6.15 남북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이정표가 되어 한국과 미국 모두 어느 정부라도 상관없이 남·북·미 관계의 발전을 이끌어나가길 바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반도태스크포스(TF) 송영길 위원장이 15일 오전 미국 방문을 위해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출국장으로 이동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왼쪽부터 김한정 의원, 송 위원장, 윤건영 의원. /연합뉴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떠나는 비건 부장관을 향해 ‘하노이 노딜’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기도 했다. 윤 의원은 지난 2018년 하노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한 점을 강조하며 “차기 행정부의 북미 관계는 실패한 하노이가 아닌 싱가포르 회담에서 출발해 국가 대 국가의 합의가 이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건 부장관은 “하노이 회담의 실패 이후 북한과 협상하는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희망과 확신을 가지고 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난 북미대화의 경험과 교훈이 다음 행정부까지 이어지고, 향후 북미협상이 지속해서 충실히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한편 민주당 5선 의원 출신의 이 상임의장은 “(한국 정부가) 낙관에 근거해 기대를 쏟아냈고, 그런 것들이 지금 부메랑이 돼 1년 반 가까이 지나며 남북관계가 초기 상황보다 훨씬 더 어려워졌다”고 성토했다.

이 상임의장은 이날 광화문 인근 식당에서 ‘언론이 바라본 2020년 남북관계와 2021년 전망’ 통일정책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의 대북정책을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라는 특별한 요인이 있긴 하지만 남북관계가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며 “‘미국 대통령에 따라 우리가 이렇게 가도 되는가’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고 성토했다. 대북관계를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만 의존했다는 지적이다.

이 상임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상황을 거론하며 “4년을 그런 대통령에게 남북평화의 문제를 맡겼고 그가 생살여탈권을 가졌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지금 난관에 처한 것은 (우리 정부의) 낙관의 산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0715A08 대북수정


반면 이 상임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하는 바텀업 방식의 대북 협상론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 상임의장은 “남북문제를 풀어가는 데는 톱다운보다 바텀업(상향식)이 좀 더 안정적이고 우리의 노하우를 주입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에는 더 과감한 대북 정책을 주문했다. 이 상임의장은 “국민이 2018년 4·27 판문점 회담과 9·19 평양공동선언까지 간 데 대한 기대와 환희가 있고 평화시대를 가정하면서 (그 기대감이) 선거에도 반영됐다”며 “그런 득을 얻은 정치세력이 국민의 기대감에 부응하지 못하면 큰 철퇴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 내 장관실에서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 및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과 화상간담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편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페리 프로세스’의 주인공인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과 화상으로 간담회를 열어 대북 정책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페리 전 장관은 간담회에 참여한 이 장관과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에게 “북한의 핵 능력 진전 등 당시와 상황은 변했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해법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페리 프로세스는 미국 클린턴 행정부가 제시한 ‘3단계 비핵화 방안’을 말한다. 1998년 8월 북한이 대포동 로켓을 발사해 북미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자 미국은 페리 전 국방장관을 대북정책 조정관에 임명했다. 이에 페리 전 국방장관은 다음해 5월 북한을 방문해 조명록 제1부위원장 등과 만나 양국 현안을 논의한 뒤 같은 해 10월 클린턴 정부의 대북정책을 담은 페리 프로세스를 내놓았다. 페리 프로세스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중지와 미국의 대북경제제재 해제→북한의 핵 개발 중단, 미사일 개발 중단→북미관계·북일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3단계 계획이 담겼다.

윌리엄 페리 미국 전 국방장관./서울경제DB


이 장관은“김대중-클린턴 정부 간 조율과 협력에 기초했던 ‘페리 프로세스’를 교훈 삼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 지혜를 모으고, 미국 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이날 오후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포럼 기조연설에서 화상간담회 때 주고받은 대화를 일부 공개하며 “한국 민주당 정부와 미국 민주당 정부가 페리 프로세스를 2.0으로 업그레이드해 북핵 문제에 접근하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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