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문재인 정부와 여권을 향해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9일 “진보는 이미 몰락했다”고 단언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오전 전파를 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당만이 아니라 이른바 시민사회, 다시 말하면 시민단체들도 다 타락을 해버린 부분이 있고 지식인들도 그쪽과 같이 유착을 해서 그들과 이익을 공유하는 사회로 변해버리면서 그들이 잘못했을 때 휘슬을 불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사라져버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익집단으로서 진보는 잘 나가고 있다. 압승을 했고 누구 하나 그 사람들을 견제할 수 없을 정도로 잘나가고 있고, 또 이러한 분위기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이른바 가치 집단으로서, 그들이 표방하고 주창했던 그 가치 집단으로서의 진보는 이미 몰락해버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거대한 세력과 맞서 싸울 때 든든했던 건 그래도 정신적 동지들이 있어서였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없어졌다”며 “나랑 같은 곳을 바라본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옹호하고,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옹호하는 것을 보면서 저는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고, 외로움을 느꼈다”고 밝혔다.
진 전 교수는 진보 몰락의 핵심 축으로 ‘민주당’과 ‘정의당’을 꼽았다. 그는 “그전에는 정의당에 데스노트라는 게 있었는데 그게 망가졌다. 그 순간에 되게 충격을 받았는데 생각을 해 보니 옛날부터 그랬던 것 같다”며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나 거악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과 싸우는 가운데서 그게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고 짚었다.
그는 “그들이 권력을 이제 잡으니까 저들보다 더한 모습들이 막 눈에 보이는 것”이라면서 ‘진보 몰락’의 가장 큰 요인은 ‘탈 진실(포스트 트루스;Post-truth)’과 ‘팬덤 정치’ 등 두 가지라고 설명했다.
진 전 교수는 “(디지털 시대의 특성은) 가짜도 진짜로 받아들이는 데 굉장히 익숙하다. 이걸 이용하는 게 정치인들 같은 경우”라며 “사람들이 허위를 얘기해서 지지자들로 하여금 진짜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그런 것이다. 그리고 지지자들도 이제 진짜, 가짜가 중요하지 않다. 가짜라도 자기들이 그들을 지지할 수 있는 명분만 주면 그걸 믿어버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진실이라는 것은 사실하고 부합하면 진실이라고 믿었는데, 이제는 그게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걸 믿어주면 그게 새로운 사실이 된다”며 “이른바 ‘대안적 사실’이라는 것이고, 그게 익숙한 것이다. 그래서 그걸 이용하는 게 트럼프 같은 사람이고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민주당이 그걸 굉장히 좋아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러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느냐. 동일한 세계에 사는데도, 동일한 나라에 사는데도 하나의 세계를 공유하지 못한다. 서로 나눠진다”며 “미국 같은 경우에는 트럼프가 이긴 세계가 있고, 진 세계가 있고 우리 같은 경우에는 동양대 표창장이 진짜인 세계가 있고, 또 가짜인 세계가 있고 나눠져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진영으로 확 분열이 돼버리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팬덤 정치에 대해선 “지지가 아니고 사랑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진 전 교수는 “옛날에 노사모는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여러분, 이제 뭐하실 겁니까’라고 그랬더니 ‘감시! 감시! 감시!’라고 외쳤다”며 “그런데 지금은 대깨문이라고, ‘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이라고 자기들이 자처하지 않냐. 이거는 사실 정치라기보다는 일종의 종교가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는 팬덤 정치가 고착화되면 세계, 즉 ‘팩트’를 공유하지 못하는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옛날에는 팩트는 공유하고 해석이 다른 거였는데 이제는 팩트 자체가 공유가 안 된다. 그러니까 서로 말이 안 통하는 것”이라며 “어떤 곳에서는 예컨대 증거 인멸이 증거 보존인, 그게 말이 된다고 믿는 사람들하고 무슨 논리적으로 대화가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트럼피즘(Trumpism)’을 언급하면서 “옛날에는 전통적으로 보수든 진보든 간에 중도층을 놓고 싸웠다”며 “그런데 이제는 트럼프가 뭘 보여줬냐면 ‘굳이 그럴 필요 없다. 자기 지지층만 강화해도 당선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거고, 그다음에 지금 민주당 정권이 보여주고 있는 것은 ‘중도층 상관없이 오로지 극성스러운 지지층만 잡아놔도 통치를 하는 게 지장이 없다’라는 걸 지금 보여준 거죠. 그러니까 막 가는 것”이라고 했다.
여권의 주류인 586들을 향해서도 “자기의 정체성을 착각하는 것”이라며 “유시민 씨가 ‘자유론’을 들고 나왔는데, 그래서 제가 놀랐다. 아직도 자기가 자유주의자라고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팬덤들 거느리고 사람들 공격을 시키고 그분의 말 한 마디에 KBS 법조팀 하나가 날아갔다. 자유주의라는 것은 한 사람의 권리, 한 사람의 그 자유가 전체의 자유 못지않게 중요하다라는 이념인데, 이 사람들이 아직도 ‘자기들이 투사다, 거악에 맞서 싸우는 투사다’라는 착각들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미 자기들은 기득권 세력이고 심지어는 그 기득권을 자기 2세한테 물려주기에 이른 세대고 조국 사태도 결국 그것 때문에 일어난 거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자기들이 선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그거 굉장히 잘못된 것이고 위험한 것”이라며 “지금 민주당에서 하고 있는 입법들이 다 반자유주의적이다. 그러니까 개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 그다음에 시민사회에서 논의할 영역들 이런 것들을 다 법으로 강제하는 식의 행태를 보인다. 이건 절대 자유주의자들의 행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보수 진영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날렸다. 진 전 교수는 “아직도 자기들이 주류라고 생각하는 거 같다. 조선일보가 우리가 쓰면 여론이 된다는데 이제는 아무리 써도 여론 안 된다. 그 시대가 지났는데 아직까지도 주류 전략을 쓰고 있다”며 “자기들이 야당으로 변한 지 오래됐는데 그전 선거에서 네 번 연속 패했다. 그러면 한국 사회 주류가 교체됐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그걸 생각 못 하니 지피지기가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상대를 알아야 비판이 제대로 되는데 맨날 종북, 좌빨, 주사파, 이렇게만 간다”며 “그러다 보니 비판이 안 되니까 지금 제1야당 역할을 제가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상황을 짚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선 “친문세력하고 붙는데 굉장히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그 다음에 이 대표는 벌써 한계가 드러났다”고 바라봤다.
이어 “원래 대선주자라고 하면 팍 치고 나오는 맛이 있어야 된다. 대선은 남이 해 주는 게 아니라 자기가 쟁취해야 될 자리다. 옛날에 노무현 대통령처럼”이라며 “안 그러면 문재인 대통령 꼴 나는 거다. 대통령이 해야 될 역할을 하나도 못한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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