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이 뭔지 아세요? 자신이 믿고 싶은 것, 그게 바로 진실입니다.”
지난 2013년 개봉한 중국 영화 ‘침묵의 목격자(Silent Witness)’ 대사의 한 구절이다.(영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재벌 임태 사장의 새 아내이자 유명 가수가 지하주차장에서 살해되고 임태 사장은 범인인 외동딸을 보호하려 모든 증거를 자신 쪽으로 몰아간다. 오래전부터 임태 사장을 잡으려 혈안이었던 검찰에는 절호의 기회였고 시민들도 그가 범인이라고 단정 짓는다. 결국 모두의 바람대로 그가 구속되면서 영화는 평화로운(?) 결말을 맺는다. 영화는 딸을 향한 부정(父情)을 그린 듯하지만 인간의 편향성에 대해 일갈하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유튜브 등을 이용하다 보면 내 프로필과 사용 기록을 바탕으로 좋아할 만한 것이라며 영상과 콘텐츠를 추천해준다. 포털사이트도 마찬가지다. 네이버와 다음은 개개인에 특화된 맞춤형 뉴스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루 2만~3만건에 달하는 기사가 쏟아지고 정보가 홍수처럼 넘치는 시대, 이용자들은 이 같은 서비스를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일일이 검색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니 반가울 따름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취향과 선호도에 따라 어느 정도 생각이 치우치는 편향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편향성 때문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사이트를 이용하다가도 나와 맞지 않는 ‘불편함’을 느끼면 이내 외면한다. 이를 잘 아는 기업들은 이용자가 좋아하는 콘텐츠만 보여주며 자신의 사이트에 잡아두려 한다. 기업의 이 같은 전략을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기술이 바로 ‘데이터 알고리즘’이다. 하지만 이 알고리즘이 사람들로 하여금 진실 앞에 눈감아버리고 자신의 신념만 옳다고 믿는 확증편향을 키울 수 있다는 게 문제다.
SNS와 포털은 여론을 조성하는 데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이용자의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왜 이 콘텐츠를 추천했는지 공개하지 않는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균형적인 서비스를 위해 자체 규약을 제정해 따른다고 주장하지만 그 기술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법과 기구는 아직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미국은 지난해 기업의 알고리즘 기술을 감시하는 법안을 만들고 연방거래위원회가 이러한 역할을 담당한다. 기업을 상대로 알고리즘의 공개 청구도 가능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 정책과 입법이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데이터 알고리즘에 따른 편향성의 폐해를 막으려면 투명성과 객관성이 담보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를 감시하는 독립적 기구가 필요하다. 데이터 알고리즘에 대한 촘촘한 안전망을 갖춘다면 올바른 여론을 조성하는 데도 분명 보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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