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가 기업규제(경제) 3법을 논의할 일정조차 잡지 못하면서 여당 단독으로 법안을 심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이 “내년 예산안 삭감부터 합의하자”고 주장하는 가운데 여당이 이에 응하지 않으며 회의 자체가 불발됐기 때문이다. 정무위 파행이 지속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여당 단독의 기업규제 3법 강행 처리를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정무위에 따르면 여야는 이번주 전체회의와 소위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당초 여야는 지난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9월 상임위에 상정된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19~20일까지 심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여야는 11일 예산안을 놓고 파행을 겪으면서 법안심사 소위 일정도 잡지 못한 상황이다.
여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기업규제 3법을 처리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야당과의 갈등으로 발목이 잡힌 것이다. 결국 기업규제 3법으로 묶인 법안 중 상법 개정안은 법사위에서 심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공정거래법과 금융그룹감독법은 심사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야당은 두 법안에 대한 심사보다 뉴딜펀드 삭감 등 예산에 대한 합의가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역점사업인 한국판 뉴딜 사업에서 양보부터 해야 정무위가 다시 가동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와 순환출자 시 의결권 제한, 정보교환행위 규제 도입, 전속고발권 폐지 등 국내 기업들에 영향을 미칠 독소조항이 11건에 달한다는 주장이다. 새로 법을 만들어 규제하는 금융그룹감독법도 업계와 학계의 의견을 들을 공청회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여당은 야당이 시간을 끌면 두 법을 단독 심사 후 본회의에 회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여야 간사가 합의한 법안만 심사하는 관행을 깨는 것이다. 더욱이 야당이 일방처리를 항의하며 국회 일정 전체가 파행돼 내년도 예산안과 민생법안 처리가 지연될 우려도 높은 상황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야당의 반발로 정무위에서 심사를 하지 못할 경우 민주당 단독으로 법안 심사에 나설 수밖에 없지 않느냐”면서 “다만 야당과 원만한 협의를 통해 법안 심사에 착수하기 위해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구경우·송종호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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