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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VIEW]'나의 가해자에게' 학교폭력은 '한 사람의 희생'으로 끝나지 않는다

/ 사진=KBS 제공




“너도 이제 괜찮잖아, 쟤도 그렇게 되겠지 뭐.”

학교폭력 가해자는 피해자의 아픈 심정을 알 리가 없다. 어떤 심정인지 알려하지도, 굳이 헤아리려 하지도 않는다. 결국 피해자의 상처는 쉽사리 아물지 않고 평생 가슴에 남는다.

지난 19일 학교 폭력을 소재로 한 KBS2 드라마스페셜2020 ‘나의 가해자에게’가 방송됐다. ‘나의 가해자에게’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학교’를 꿈꾸며 열심히 살아가던 사립 고등학교 기간제 교사가 과거 자신을 괴롭힌 학교폭력 가해자를 동료 교사로 맞이하며 겪는 갈등을 그린다.

극은 무진여고의 4년차 기간제 교사 ‘송진우(김대건 분)’가 과거 자신에게 폭력을 퍼부었던 ‘유성필(문유강 분)’을 새 기간제 교사로 맞이하면서 시작된다. 진우는 성필의 등장으로 자신의 꿈이 흔들리는 위기를 맞고, 담임인 그에게 이사장 손녀 ‘박희진(우다비 분)’은 ‘복수할 기회와 정규직 전환을 돕겠다’며 ‘이은서(이연 분)’를 향한 자신의 가해를 묵인할 것을 제안한다.

/ 사진=KBS2 ‘나의 가해자에게’ 방송 화면


매년 힘들게 재계약을 따내야 하는 현실과 과거의 악행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성필, 자신처럼 당하는 은서의 모습이 진우를 시험대에 올린다. 은서는 진우에게 “외면할 거면 완전히 외면하라”고 쏘아붙이며 불량한 태도를 보이지만, 진우는 같은 피해자로서 은서의 심정을 잘 알기에 결국 피해 학생들 편에 서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학교’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극 중 캐릭터들은 학교폭력의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한다. 또 학교 내의 뼈아픈 현실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밀도 높게 담아낸다. 교사가 되어서도 과거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진우, 자신의 이익을 위해 피해 학생의 어려움을 눈감는 교사 성필, 가족의 권력을 빌미로 불우한 환경의 친구를 놀잇감처럼 생각하는 희진, 어른들의 무관심에 지쳐 엇나가게 된 은서까지.



드라마는 동료 교사와의 경쟁, 학생 간 괴롭힘 등 학교 내 벌어지는 참혹한 현실 속에서 선생님의 역할과 학교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교사인 진우는 은서에게 “‘도와줘요’라는 말을 안 하는데 어떻게 알 수 있겠냐”며 답답함을 호소하나 실은 이마저도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안다. 과거 자신도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했지만 반 학생들 앞에서 웃음거리가 됐기 때문이다.

극에서 특히 진우가 자퇴를 결심한 은서의 마음을 열기 위해 애쓰는 과정은 ‘폭력이 한 사람의 희생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학교 폭력은 피해 대상이 사라지면 또 다른 상대에게로 옮겨간다. 이를 깨달은 진우는 은서에게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며 “지금의 네가 평생 남아. 매년 떠돌아 교실에 들어선다”며 “나랑 다른 어른이 되어 달라”고 부탁한다.

/ 사진=KBS2 ‘나의 가해자에게’ 방송 화면


나아가 진우는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진심 어린 선생님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상적인 학교의 모습까지 담아낸다. 그는 과거 성필에게 폭행을 당했던 영상을 반 학생들 앞에서 공개한다. 이어 “너희들이 한 번만 도와주면 많은 게 바뀔 수 있다”며 “부탁할게. 설령 내가 떠나더라도 누구도 떠나지 않을 수 있다”고 칠판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고, 학생들에게 진심을 전한다.

선생님의 진심과 따뜻한 위로는 굳게 닫혔던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드라마는 “너 같은 애가 없고 나 같은 애가 없는 학교를 만들거야”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끝이 난다. 이는 진우가 과거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해 전학을 가면서 자신을 괴롭힌 성필에게 던진 말이다. 이제야 진우는 자신이 한 말을 지키게 됐음을, 꿈에 한 발짝 가까워졌음을 알린다.

‘나의 가해자들에게’는 피해 학생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는 학교 내 괴롭힘을 완전히 없애기란 힘들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인식시킨다. 또 ‘학생들에게 어떤 선생님이 되어야 하는지’, ‘학교란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를 심도 있게 생각하게 한다. ‘나의 가해자들에게’를 통해 학교폭력 당사자들이 운명의 장난처럼 뒤바뀐 관계로 언제든 재회하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서로의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본다.

/안정은기자 seyo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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