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예고 없이 발생한 상황에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삶이 계속된다는 이야기를 던지고 싶었어요. 앨범이 나온 후 많은 분들에게 위로가 된다면 감사할 것 같아요.” (BTS 지민)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0일 코로나19 시대에 멈춰버린 일상에 대한 생각을 담은 새 앨범 ‘BE(Deluxe Edition)’를 들고 돌아왔다. 이들은 지난 9월 유엔 연설에서 설파했던 ‘삶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제목으로 단 타이틀곡을 앞세워 팬과 대중에 작은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BTS는 이날 앨범 공개에 앞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앨범 발매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거리두기 및 방역지침을 준수한 가운데 열린 간담회에서 멤버 제이홉은 다소 긴장한 듯 “사람과 사람 간 대면하는 게 이렇게 설레고 낯선 기분일 줄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새 앨범에는 타이틀곡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을 비롯해 올해 8월 선공개된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 등 총 8곡이 실렸다. ‘Life Goes On’은 바닥에 깔린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 위에 멤버들의 랩과 노래가 잔잔하게 흐르는 얼터너티브 힙합 곡으로 이전 앨범들의 타이틀곡과 달리 힘을 뺀 가운데 함께 어려움을 헤쳐가자는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다. 리더 RM은 “어찌 보면 뻔하지만 준엄한 진리를 따듯하고 BTS만의 색으로 풀어내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앨범은 전반적으로 멤버 각자의 마음을 담은 진솔한 가사가 돋보인다. 사운드도 신나면서도 정적인 면이 두드러진다. 멤버들은 이번 앨범 콘셉트 기획부터 제작 전반에 깊숙이 관여했다. 지민은 음악, 뷔는 비주얼, 정국은 뮤직비디오 등 분야별 총괄 담당자를 정했다.
‘BE’ 앨범은 당초 BTS의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코로나19가 없었다면 이들은 올해 2월 4집 ‘맵 오브 더 소울(Map Of The Soul) : 7’의 발매 이후 예정된 월드투어를 소화하고 있었을 터. RM은 “원래 앨범 하나를 내고 활동하면서 우리 안에 쌓인 정서와 생각이 무르익을 때까지 지켜보다가 앨범을 만든다”며 “이번에는 그럴 틈 없이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고 돌아봤다.
그 대신 멤버들은 올 4월부터 앨범의 콘셉트를 정하는 과정부터 곡 작업, 비주얼 기획 등 여러 작업들을 영상으로 공개하며 팬들과의 소통을 시도했다. 공연을 통해 팬들과 유지해온 물리적 연결고리가 코로나19 때문에 끊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한편 BTS는 오는 24일(현지시간) 미국 그래미어워드의 후보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해 RM은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다. 저희도 잠 안 자고 지켜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제이홉은 “그룹 관련된 상을 받는다면 너무나도 좋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멤버들은 평소 빌보드 싱글차트 1위 등극 이후 다음 목표로 그래미 후보에 올라 단독 무대를 하는 게 목표라 말해왔다. 일부 외신들은 BTS의 ‘Dynamite’가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진은 병역 문제와 관련해 “대한민국 청년으로서 당연한 일”이라며 나라에서 부르면 멤버 모두 응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RM은 BTS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병역, 소속사의 기업공개(IPO) 등 쟁점에 휘말리는 것과 관련해서는 “유명세가 세금이라는 것처럼 많은 사랑을 받아서 일어나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운명의 일부로 받아들이려 한다”고 말했다.
‘Dynamite’가 빌보드 핫100 1위에 오르는 등 히트한 것을 계기로 K팝이 주류 팝 시장에 안착했는지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RM은 “K팝이 커지면서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어 이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가야 정확한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우리로 인해 상대적으로 밖에 있는 분들이 (주류로) 들어오는 계기가 된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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