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가 위기를 맞아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종교의 진정성입니다. 천막결사에 나선 아홉 스님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종교의 가치를 회복하고, 그런 씨앗들이 널리 퍼져 사부대중의 가슴 속에 꽃을 피웠으면 좋겠습니다.”
글쓰기 강사로 유명한 백승권 작가가 상월선원 천막결사에 동참한 스님들을 인터뷰한 책 ‘상월선원 천막결사 90일간의 이야기’를 펴냈다. 백 작가는 21일 서울 종로구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에서 열린 출간기념 간담회에서 “책은 천막결사 이후 5개월에 걸쳐 스님들을 인터뷰한 결과물”이라며 “불교용어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았고, 드러내기 어려운 스님들의 속내를 최대한 담아내려고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상월선원 천막결사는 한국 불교의 중흥을 위해 총 90일간 진행된 풍찬노숙 동안거(冬安居)다. 자승 전 조계종 총무원장을 비롯해 인산, 도림, 심우, 재현, 호산, 성곡, 진각, 무연 총 아홉 스님은 지난해 11월11일부터 총 90일간 경기도 위례신도시 공사현장에 천막법당을 세우고, 하루 14시간 이상 묵언 수행에 나섰다. 책에는 상원설원 천막결사에 수행과정과 스님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겼다. 백 작가는 “자승, 무연, 재현 스님을 제외한 여섯 스님이 인터뷰에 응했다”며 “글을 쓰는 사람의 생각을 다 빼버릴 정도로 스님들의 이야기 날 것 그대로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책을 읽다 보면 꿈틀꿈틀 살아 움직일 것만 같은 느낌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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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월선원 수행 중 스님들은 출입이 금지됐고, 식사도 비닐하우스 측면에 난 틈을 통해 하루 한 끼만 제공됐다. 난방이 되지 않는 천막 내부에서는 목욕이나 삭발이 금지됐고, 양치만 허용됐다. 백 작가는 “스님들로부터 출가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총무원장이나 사찰의 주지, 종회의원 등 각자 중요한 소임을 맡았던 법랍이 높은 스님들도 막상 천막 안에서는 바닥에 떨어진 콩 하나를 먹을지 말지를 고민하는 삶의 본질과 마주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처님의 뜻대로 돌아가자는 말을 많이 하는데, 결국, 새로운 흐름의 최종 목적지도 바로 초심의 자리가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수행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과정도 소개됐다. 백 작가는 “기존의 수행은 스님들이 대중으로부터 분리된 채 그들만의 공간에서 진행돼왔다면 천막결사는 오히려 그들과 뒤섞여 있는 과정에서 진행됐다”며 “대중들의 야단법석이 90일 수행을 버텨내는 큰 힘이 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한국 불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작은 씨앗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엿봤다”고 말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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