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의 경우 사측이 현대자동차 노사의 합의 내용에 준하는 교섭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를 뿌리쳤다. 대신 기본급을 월 12만원(5.3%) 인상하고 지난해 영업이익(2조96억원)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했다. 게다가 전기·수소차 모듈 부품공장 설치 등 고용안정 방안, 정년 연장, 노동이사제 도입, 잔업 30분 임금 보전 등 사측이 감당하기 힘든 요구까지 내놓았다.
한국GM은 더 심각하다. 회사가 지난 6년 동안 4조8,000억원의 누적 손실을 기록했는데도 1인당 평균 2,000만원의 성과급을 달라고 요구했다. 급기야 스티브 키퍼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차량 생산이 노조에 인질로 잡혔다. 한국에 투자를 계속할 수 있다는 확신을 잃었다”며 철수를 시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산업은행이 철수에 대한 비토권을 갖고 있다지만 파업이 이런 식으로 계속되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한국GM 협력사 모임인 ‘협신회’는 20일 “생산 차질이 더 생기면 부도가 속출할 것”이라며 ‘살려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정부와 여당은 현실이 이런데도 친노(親勞) 행보를 거둘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되레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의 노동조합법을 연내 처리할 태세다. 경영계가 “해고자 등의 노조 가입이 허용되면 이들이 아무 제한 없이 단체교섭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며 국회에 의견서까지 제출했지만 응답이 없다. 여권과 노조는 GM의 철수 메시지를 엄포가 아닌 우리 제조업 전체의 현실로 인식해야 한다. 강성 노조에 질려 우리 기업의 해외 이탈마저 속출하는데 외국 기업인들이 주저할 리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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