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제1 보수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 앞에서 “맨날 꼴(통) 보수만 하다가 진짜 보수층은 다 뺏겼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보수가 감각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권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비리가 드러나면 거짓을 만들어 대안을 제시하고, 지지층은 이를 믿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보수가 이제 새로운 이야기를 제시하지 않으면 이른바 여권의 ‘40% 콘크리트 지지율’을 깨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보수는 자부심을 가지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과거 산업화와 민주화의 상징으로 자리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처럼 지지층에 자부심을 줄 새로운 서사를 만들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사실 대체할 거대한 거짓을 준다
진 전 교수는 전날 의도 정치카페 하우스에서 열린 국민미래포럼에서 ‘탈진실의 시대’ 강연을 통해 “옛날에는 팩트를 인정하고 해석하는 싸움이었는데 이제는 팩트 자체를 두고 싸우는 이상한 상황”이라고 현실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는 사실을 말하고 그들은 거짓말하는데 손해는 내가 본다”며 “내가 원래 꿈꿨던 유토피아적 비전이 오히려 디스토피아로 실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을 ‘대안적 사실’로 지칭했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거짓말을 하고 이에 대해 ‘대안적 사실’이라고 주장하며 지지층이 거짓을 믿게 하는 전략을 쓴다는 것이다. 진 전 교수는 “사실을 갖고 중도층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거짓말을 갖고 지지층을 결집하게 하는 트럼프의 정책을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이 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트럼프가 사람들을 반으로 갈라치고 지지층만 결집해도 집권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미국의 트럼피즘이 한국에서는 민주당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40% 콘크리트 지지층은 거짓을 믿는다
진 전 교수는 “(40% 지지층은) 가짜가 뭐가 중요하냐, 민주당을 지지할 공식 명분만 폐기 안 하면 된다”고 이 상황을 진단했다.
진 전 교수는 전·현직 법무부 장관을 조국씨, 추미애씨로 부르며 예를 들었다. 이들에 대해 “자기변명을 위해 판타지를 구성했다”며 “자기가 잘못하지 않은 대안적인 세계를 만들어놓고 국민을 이주시키려 한다”고 평가했다. 또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사건에서 ‘탈진실’이 시작됐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그분이 부정한 일을 했는데, 잘라내고 사과하지 않고 곽노현은 무죄라고 편을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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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전 교수는 이 같은 정치를 두고 “이게 나치 상황”이라고 빗댔다. 그는 “대중은 더 큰 거짓말일수록 쉽게 믿는다. 괴벨스(나치 정권의 선전장관)는 ‘대중은 사실에 지쳐있다 구질구질한 사실이 아닌 멋진 판타지를 줘야 한다’고 했는데 선동의 기본 원칙이 소프트한 형태로 (우리 정치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수, 보수에 대해 자부심 갖고 싶어 해
진 전 교수는 보수진영을 향해 “비판만 가지고 되는 시대가 아니다. 가장 훌륭한 비판은 대안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안이 없으면 저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보수 쪽이 안 되는 게 프레임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통적인 보수지지세력은 산업화 세대, 고령화되고 사회를 주도하는 젊은 디지털 세대는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다고 봤다. 보수진영은 이들이 공감할 수 없는 정책을 폈고 결국 정권을 잃었다는 것이다. 진 전 교수는 “대한민국 경제가 디지털이 기반인 경제인데 (이명박정부 당시) 공구리(콘트리트) 쳐서 포크레인으로 파고, 4대강 공사현장, 삽질을 했다”고 꼬집으며 “두 번의 정권을 거치면서 국가적 과제를 갖다버렸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보수는 보수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싶어한다”며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새 이야기를 써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희·김영삼 아닌 새 서사 써야 이긴다
그는 보수진영이 미래 지향적 서사를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 서사는 보수진영에서 자부심을 가진 박정희,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뛰어넘는 것이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산업사회에서 민주화를 거쳤고 산업화 서사, 민주화 서사는 끝났다”며 “두 개의 위대한 서사가 끝장났고 새 서사를 누가 구성하느냐, 보수층이 원하는 게 그것”이라고 판단했다.
진 전 교수는 “새로운 서사가 없어서 옛날 것을 갖다 쓸수록 말리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우리가 완전히 달라졌다. 우리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그게 입법 과정에서 막 나타나야 하고 구글 검색어에 나와야 한다. 구글 검색어에 나온다는 것은 프레임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사건을 만들고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진 전 교수는 국민의힘을 향해 “보수를 버리라는 것이 아니라 보수의 이야기를 중도의 관점에서 하라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대깨문(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를 비하하는 표현)’만 대표하고 있으니 통합의 리더십을 얘기해야 한다”고 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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