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나흘 연속 300명대를 기록하며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전에는 요양병원 등 코로나19 취약시설을 중심으로 발생했다면 최근에는 학교, 학원, 직장, 소모임, 종교시설 등 다양한 일상 공간을 고리로 중소규모의 집단감염이 발생한 뒤 주변으로 급속히 ‘n차 전파’가 일어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지난 2~3월 대구·경북 중심의 ‘1차 대유행’과 8월 수도권 중심의 ‘2차 유행’에 이어 3번째 유행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공식화하는 등 ‘3차 유행’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2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86명으로, 전날(363명)보다도 23명 늘었다. 지난 18일부터 나흘 연속(313명→343명→363명→386명) 300명대를 기록했는데 이는 수도권 중심의 ‘2차 유행’이 한창이던 8월 말 수준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런 확산세는 지역의 ‘일상 감염’이 주 원인으로 386명 가운데 지역발생이 361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역발생 361명 가운데 서울 154명, 경기 86명, 인천 22명 등 수도권에서만 262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수도권 확진자는 지난 13일부터 일별로 113명→109명→124명→127명→137명→181명→177명→218명→262명을 기록하며 9일째 세 자릿수를 이어갔다. 환자가 집중된 서울·경기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난 19일부터 1.5단계로 상향 조정됐지만, 지금의 추세가 지속되면 2단계로 올라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2단계는 △1.5단계 기준의 2배 이상 증가 △2개 이상 권역 유행 지속 △전국 300명 초과 가운데 하나를 충족할 때 올릴 수 있다.
주요 감염사례를 보면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한 임용고시학원에서 30여명이 무더기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여러 지역에서 수강생이 모이는 학원의 특성 때문에 확진자들은 서울뿐 아니라 경기, 인천, 전북, 광주, 충남, 충북 등 전국에 걸쳐 있다. 그 외에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모임(19명), 동대문구 고등학교(8명), 충남 아산시 선문대학교(14명), 경남 하동군 중학교(26명) 등 학교를 고리로 한 신규 집단감염도 잇따랐다.
방역당국은 확산세가 거센 수도권의 환자 발생 동향에 촉각을 세우면서 더 큰 유행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다각도의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서울의 감염 확산 속도가 빨라 수도권에서 매일 200명 내외의 환자 발생이 계속되고, 그 외 지역도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증가하고 있다”며 “2단계 기준을 충족한다면 (1.5단계 적용 기간인) 2주가 되기 전에라도 단계 격상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미 3차 유행이 시작됐으며 향후 확진자 규모가 지난번 2차 유행 때보다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