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연내 처리를 공언하는 법안들은 공수처법 개정안과 기업규제 3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고용보험법·필수노동자보호지원법 등이다. 하나같이 현행 사법체계나 경제 전반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공수처법 개정안의 핵심내용은 공수처장추천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7명 중 6명으로 정해 보장한 야당의 비토권을 전면 무력화하는 것이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개악이 아닐 수 없다. 기업규제 3법 또한 한국에만 존재해 경제에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역행하는 법안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이런 법안들을 다수의 힘으로 강행 처리한다면 ‘일당독재’라는 낙인을 피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처리일정까지 정해두고 야당을 배제한 채 또다시 속전속결로 밀어붙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여권의 차기 유력 대선주자들이 입법 폭주를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년 당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국민의 뜻과 국회 본연의 입법기능을 무시하고 다수의 폭정을 부추기고 있다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이 대표는 압도적 다수 의석을 준 국민의 뜻을 따른다지만 4·15총선 때 지역구에서 민주당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득표율은 49.9%대 41.5%였다. 국민의 뜻은 ‘일당독재’가 아니라 ‘협치’에 있음이 분명하다. 여당이 국민의 명령을 외면한 채 또다시 힘으로 밀어붙인다면 소중히 지켜온 의회민주주의의 후퇴를 불러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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