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면서 정부가 백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 측이 밝힌 백신 확보 계획엔 중국 제품이 포함되지 않았다. 브라질 내에서 코로나19 수습이 가장 시급한 상파울루는 중국 시노백 백신 도입에 서두르고 있지만 중앙정부에선 외면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브라질 보건부는 22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지금까지 외국 제약업체들과 구매 계약을 통해 1억4,290만 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보건부는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검증이 끝나고 국가위생감시국(Anvisa)의 사용 승인이 이뤄지면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접종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건부는 리우데자네이루시에 있는 생물과학연구개발기관인 오스바우두 크루스 재단(Fiocruz)이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내년 초에 백신 1억1,000만회분을 자체 생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건부는 백신 확보 물량을 늘리기 위해 지난주 미국의 화이자와 모더나, 벨기에의 얀센, 인도의 바라트 바이오테크, 러시아 국부펀드 ‘러시아 직접투자 펀드’(RDIF) 등의 관계자들을 만난 사실도 공개했다.
이런 가운데 보건부가 밝힌 백신 확보 계획에는 중국 시노백(Sinovac·科興中維) 생물유한공사의 백신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동안 시노백은 상파울루주 정부 산하 부탄탕 연구소와 함께 백신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해 왔다. 상파울루주 정부는 시노백과 백신 4,600만 회분 구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600만 회분은 12월까지 수입하고 나머지 4,000만 회분은 부탄탕 연구소에서 자체 생산할 계획이다. 오스바우두 크루스 재단과 부탄탕 연구소 모두 백신 접종이 시작되는 시기를 내년 초로 잡고 있다.
이 때문에 시노백 백신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주 정부 간 견해차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자체적으로 중국 백신을 조달한 야당 출신의 주앙 도리아 상파울루 주지사에 대해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브라질 국민은 누구도 모르모트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대중에게 배포되기 전에 과학적으로 입증돼야 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반면 상파울루주 정부는 시노백과의 계약에 따라 1차로 코로나백 12만회분이 지난 19일 상파울루시 인근 과룰류스 국제공항을 통해 도착했다고 밝혔다. 주앙 도리아 상파울루 주지사와 주 정부 산하 부탄탕 연구소의 지마스 코바스 소장 등이 공항에 나가 코로나백을 직접 전달받았다. 하지만 상파울루 시민들 중엔 중국 백신을 신뢰하지 않는 여론도 상당하다. 이달 초 상파울루에서는 주 정부의 중국 백신 의무화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도 일어났다.
한편 보건부 자료를 기준으로 이날까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전날보다 1만8,615명 많은 607만1,401명으로 집계됐다. 전국 27개 주 가운데 남동부 상파울루주는 누적 확진자 120만9,000여명으로 유일하게 100만 명을 넘었다. 누적 사망자는 전날보다 194명 많은 16만9,183명으로 늘었다. 브라질의 누적 확진자 수는 미국·인도에 이어 세 번째이며, 사망자는 미국 다음으로 많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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