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새 주일대사에 강창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내정하며 한일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한일 양국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한중일 정상회담마저 무산될 위기에 처한 가운데 대표적 ‘일본통’을 발탁해 스가 요시히데 내각과의 접점을 찾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한미일 공조를 강조하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일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절박감도 반영된 인사로 해석된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을 찾아 주일대사 내정 사실을 밝힌 뒤 “당사국에 대한 대사 임명동의 절차 등을 거쳐 임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일대사 교체는 남관표 현 주일대사가 지난해 5월 부임한 후 1년 반 만이다.
제주 출신인 강 전 의원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한 뒤 도쿄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역사학자로서 국내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분류된다. 도쿄대에서는 ‘근대 일본의 조선 침략과 대아시아주의’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7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내리 4선 의원을 지냈고 국회의원 재직 시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지냈고 현재 명예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강 전 의원은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일본과 대립하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과 관련해 “법은 법이고 정치는 정치”라면서 “저를 대사로 보내는 건 한일관계를 풀어보려는 정부의 강한 의지”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아베 신조 전 총리 퇴진 및 스가 내각 출범과 맞물려 일찌감치 주일 대사 교체 카드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원로’인 강 전 의원을 주일 대사로 발탁한 것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결국 고위급 간 물밑 교류가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강 전 의원은 일본 자민당의 ‘실세’이자 스가 내각 출범에 결정적 역할을 한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윤홍우·김인엽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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