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건설노조가 23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압박하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무실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총파업 진행하겠다고 예고한 민주노총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며 거리두기에 나섰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종로 이 대표 사무실을 포함해 민주당 서울시당·경기도당·인천시당 등 전국 10여곳의 민주당 사무실을 점거했다. 이들은 “건설 노동자는 하루에 2명씩 ‘예고된 죽음’을 맞고 있다. 기존 법으로는 이 죽음의 행렬을 막을 수 없었다”며 “민주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당론을 채택해야 한다”며 이 대표 등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근로자 사망이 발생한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에 대해 3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하는 등 강력한 형사 처벌규정을 포함한다. 여기다가 공무원 처벌규정까지 포함해 기관의 장 또는 상급자가 해당 직무를 게을리해 중대재해에 기여한 것으로 드러나면 최고 15년 징역까지 처할 수 있다. 인·허가 권한을 가진 장관 역시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해당 법안이 위헌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 당론 채택에 있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이 대표가 지난 20일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관련법과의 정합성, 법적 완결성 등은 법사위가 판단해주기 바란다”고 말한 것이 역시 이런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전문가들 역시 해당 법안이 목적의 정당성에 반해 법익의 균형성 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한다. 김민호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사고와 직접적 인과관계가 적은 또 다른 권리 주체인 기업인과 공무원에게 가혹한 책임을 지우는 법안”이라며 “헌법에서 보장하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민주노총이 오는 25일 총파업 및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자 자제를 당부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 걱정을 감안해 집회 자제 등 현명한 결정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김태년 원내대표 역시 “대단히 우려스럽다”며 “아무리 방역 수칙을 준수하더라도 코로나19 대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집회를 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혜인인턴기자 understand@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