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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주일대사 강창일’ 발탁 키워드...니카이 인연, 美 바이든 시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초청 오찬 및 간담회에 입장하며 강창일 의원(오른쪽) 등 참석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23일 신임 주일대사로 발탁된 강창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정 직후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발표가 일찍 될 줄 알았는데 좀 늦어졌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주일대사를 내정한 사실을 공개하며 “(강 전 의원이) 오랜 기간 쌓아온 고위급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경색된 한일관계의 실타래를 풀고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로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강 전 의원의 발언으로 미루어 짐작하면 문 대통령은 일찌감치 주일대사 교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고민이 시작된 시점은 일본에서 아베 전 총리가 퇴진하고 스가 내각이 출범한 9월께로 점쳐진다. 스가 내각이 자리 잡은 후 이달 들어 박지원 국정원장과 국회 한일의원연맹 의원들이 잇따라 일본을 찾았고, 문 대통령은 ‘일본통’ 주일대사 교체라는 카드를 던지며 한일 관계 개선에 확실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미일 공조를 중시하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문 대통령의 주일대사 교체 결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주일대사에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전 의원을 내정했다. 강 전 의원은 국회의원 재직 시 한일의원연맹 부회장 및 간사장에 이어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명예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사진은 지난해 국회 방일단으로 일본으로 출국하는 강 전 의원/연합뉴스


제주 출신인 강 전 의원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한 뒤 도쿄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역사학자로서 국내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분류된다. 도쿄대에서는 ‘근대 일본의 조선 침략과 대아시아주의’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7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내리 4선 의원을 지냈고 국회의원 재직 시 한일의원연맹 부회장에 이어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명예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일 관계가 최악의 상황이었던 지난해에도 ‘대화를 통한 한일관계 개선’을 줄곧 강조해온 협상파 인사다. 그러면서도 일본에 할 말은 하는 강단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강 전 의원을 문 대통령이 발탁한 것은 꽉 막힌 한일 갈등 해소를 위해선 결국 고위급 물밑 교류와 이를 바탕으로 한 ‘정치적 담판’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 연결고리에는 일본 자민당 2인자로 불리는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이 있다.

니카이 간사장은 일본 자민당의 ‘실세’이자 스가 내각 출범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로 꼽힌다. 자민당 내 주요 계파인 니카이파의 수장이며 스가 총리의 외교 자문역 역할을 하고 있다.



강 전 의원은 그런 니카이 간사장과도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강 전 의원은 지난 1월 한일의원연맹 회장으로 일본을 찾아 니카이 간사장을 면담한 후 “한일관계가 잘 풀리면 일본 기업의 자산 현금화 시기도 늦춰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일본 정부의 적극적 조치를 요구했다. 또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불법 강제동원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것이다. 배상 문제는 그 다음”이라면서 한일 양국이 한발씩 물러나야 함을 언급했다. 박지원 국정원장이 이달 초 일본을 찾았을 때 스가 총리와의 면담이 전격적으로 성사된 것도 니카이 간사장의 영향력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8년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오른쪽)가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방한한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일본 자민당 간사장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아울러 이번 인사는 한미일 공조를 강조하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일 갈등을 시급히 해소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절박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일 협력을 중요시하는 미국의 전통적 외교 정책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앞서 문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한 것 역시 한미일 공조 체계와 맞닿아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전략은 한국 미국 일본 등 이 지역의 핵심 동맹들이 힘을 합쳐 중국에 대응하자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시대에서 바이든 시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한일 관계 접근법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임기가 1년 6개월 남은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정치적 자산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변함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는 바이든 행정부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튼튼한 한미일 공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의 선행 조건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강 전 의원은 이날 “법은 법이고 정치는 정치”라고 밝히며 사법부의 결정을 앞두고 있는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매각) 문제를 정치적 결단으로 해결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윤홍우·김인엽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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