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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옐런 전 의장의 재무장관 낙점을 환호한 이유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경기부양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 유지 기대

코로나19 확산·유럽 PMI 급감 등 하방위험

바이든 정부 초대 재무장관에 낙점된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 /AP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에도 중요한 이슈가 이어졌습니다. 앞서 화이자와 모더나에 이어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예방효과가 최대 90%에 이를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주요 부처 장관 인선도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국무장관은 알려진 대로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이 낙점됐습니다.

시장의 관심은 재무장관인데요.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초대 재무장관을 맡게 됐습니다. 상원 인준 과정이 남아있지만 과거 연준 의장 인준도 통과한 바 있는 만큼 큰 무리는 없어 보입니다.

이날 증시 상승에는 옐런 전 의장도 한몫했는데요. 시장이 환호한 이유와 앞으로 그가 풀어야 할 과제를 알아보겠습니다.

"돈 더 풀어야"...연준 의장 때 S&P 60% 상승
시장이 그의 재무장관 후보 지명을 긍정적으로 보는 첫 번째 이유는 확장적 재정정책 때문입니다. 옐런 전 의장은 최근 만약 의회가 실업률과 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줄이기 위한 지출을 더 하지 않는다면 불평등하고 지지부진한 회복이 이뤄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는데요. 그는 지난 9월에는 “엄청난 고통이 있다. 경제에 돈을 더 써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가 재무장관에 오르게 되면 추가 부양책에 힘을 쏟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한 부분입니다.

옐런 전 의장은 공화당과의 협조를 이끌어 내기에도 적합합니다. 이것이 두 번째 이유인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는 2014년 연준 의장 인준 당시 공화당 상원의원 3명의 지지를 포함해 14명의 표를 얻었다”며 “초당적인 지지를 받은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초기에 거론되던 좌파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의 경우 공화당의 반발이 커 정책 협조가 어려운 데다 워런 의원 자체가 좌파적 정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으로서는 꺼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게 됐으니 좋은 것이죠. 매크로폴리시 퍼스펙티브스의 설립자인 줄리아 코로나도는 “옐런이 저평가 받는 능력 가운데 하나가 꽤 설득력 있는 방법으로 합의를 이끌어 내는 능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옐런 전 의장의 재무장관 내정에 시장은 재정지원 확대와 공화당과의 협조 등을 기대하고 있다. 그가 연준에 있을 때애 대한 평가도 우호적이다. /로이터연합뉴스


과거 연준 의장 때의 경험도 시장에는 유리한데요. 그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벤 버냉키 연준 의장과 함께 일했습니다. 당시에는 연준이 일자리 증가를 지원하기 위해 금리를 제로에 가깝게 유지했는데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명으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연준을 이끌 때도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요구하는 이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으면서 천천히 올리는 방안을 택했습니다.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옐런 전 의장 재임 시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은 60%가량 상승했다고 합니다.

월가의 평가도 비슷합니다. UBS의 앨리 매카트니는 “바이러스가 다시 증가하는 상황에서 더블딥을 피하고 일자리를 늘려야 하는 과제가 있는 상황에서 옐런을 고른 것은 안심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했습니다.



유럽 PMI 급감...美도 부도 이어질 것
하지만 매카트니의 얘기처럼 옐런 전 의장 앞에 놓여 있는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고문은 “나는 왜 사람들이 백신에 흥분했는지 이해하고 나조차도 그렇다”면서도 “하지만 나는 시장이 집단면역까지 가는 길에 대해 주의를 덜 기울이고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그의 말은 이렇습니다. 당장 JP모건이 내년 1·4분기에 미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고 점쳤다는 것이죠. 즉, 연말부터 백신 접종이 이뤄지더라도 최근의 코로나19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추가 락다운과 소비감소가 나타나게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에리언은 “이는 W자 회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기업은 어려움을 겪게 되면 가계는 추가 정부지원 없이는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 경제방송 CNBC가 집게한 향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 /CNBC 방송화면 캡처


이날 골드만삭스도 4·4분기와 내년 1·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는데요. 4·4분기는 4.5%(전기 대비 연환산 기준)에서 3.5%로, 내년 1·4분기는 3.5%에서 1%로 떨어졌습니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빠르게 재확산하면서 GDP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게 됐다”며 “재정지원책이 늦어지고 바이러스 상황이 악화해 겨울철 경기회복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실제 백신을 눈 앞에 둔 유럽의 상황도 나쁜데요. 유로존의 11월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가 45.1로 전달 50.0보다 크게 떨어졌습니다. PMI는 50 이상이면 경기확장, 미만이면 수축인데요. 서비스업 PMI는 46.9에서 41.3, 제조업 PMI는 58.4에서 55.5로 낮아졌습니다. 에리언 고문은 “유럽의 코로나19 상황이 우리보다 2~4주 앞선다”며 “유럽의 PMI가 떨어졌다는 점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추가 경기부양책이 나오더라도 그 규모는 작을 것이며 앞으로도 울퉁불퉁한 길을 가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위기가 다시 오는 수준은 아니지만 기업부도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에리언 고문의 예측입니다.

백신효과에 힘든 겨울 지나면 따듯한 봄 오나
시장에서는 이번 겨울이 힘들 것이라는 데는 모두 동의합니다. 관건은 내년 봄인데요. 겨울철을 이겨내고 백신 접종이 계속 이뤄지면서 집단면역을 달성하게 되면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할 수 있다는 얘기죠.

CNBC가 8개 기관의 GDP 전망치를 종합해보니 올 4·4분기 성장률은 4.5%로 내년 1·4분기 2.7%, 2·4분기 4.7%, 3·4분기 5.0%로 높아집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이르면 내년 5월께 집단면역이 형성될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CNBC는 “4·4분기의 경우 락다운 조치 확대와 추수감사절 같은 쇼핑기간 동안 소비가 강할 것이냐가 관건”이라며 “지금의 최악의 코로나19 상황은 내년 1·4분기를 강타하게 될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강한 회복세를 보일 수 있다는 건데요. 모건스탠리는 백신 효과가 생각보다 빠르게 나타날 것이라며 백신소식은 소비자들의 자신감을 높여주고 추가 락다운 조치를 막게 해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를 고려하면 내년에는 완전한 경제재개가 이뤄질 수 있다는 말이죠.

다만, 아직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CNBC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일부 고용주들이 채용을 다시 하기 위해서는 집단면역이 형성됐다는 정부의 발표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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