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윤 총장이 연일 일선 검사들과 만남을 늘리며 내부결속을 다지고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총장은 이날 대검찰청에서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한 이른바 ‘갑질 사건’ 수사 검사들과 ‘사회적약자 보호 관련 오찬 간담회’를 연다. 윤 총장의 사회적 약자 보호 관련 수사 검사들과의 오찬 간담회는 모두 3차례 예정돼 있으며 이날 간담회는 지난 17일에 이어 두 번째다.
1차 간담회에는 아파트 경비원 폭행 사건, 심사위원의 재임용 대상자 강제추행 사건, 부당노동행위·임금 체불사건 등을 수사한 검사 6명이 참석했다. 간담회에서 윤 총장은 “우월한 지위를 부당하게 남용한 범죄에 적극 대응해 을의 지위에 있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며 “공정한 형사법 집행이 검찰에 맡겨진 가장 기본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전날에는 ‘공판 중심형 수사 구조’ 개편을 담당하는 검사 6명과 오찬 간담회를 열고 검찰의 수사 구조를 조서 작성과 소추, 재판을 중심으로 개편할 것으로 주문했다. 윤 총장은 “검사의 배틀필드(전장)는 법정”이라면서 “검찰개혁의 비전은 ‘공정한 검찰’이 되어야 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적극적 우대조치(Affirmative Action)’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며 공정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또 윤 총장은 “수사는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며 “(수사가) 공판중심형으로 개편돼야 한다”는 뜻도 강조했다.
소추(검사가 특정 형사 사건에 관해 공소를 제기함)와 재판은 공정한 경쟁과 동등한 기회가 보장된 상태에서 당사자의 상호 공방을 통해 진실을 찾아가는 것이므로 수사가 공판중심형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게 윤 총장 주장의 핵심이다.
윤 총장은 이어 “과거 조서 작성 중심 수사에서 앞으로 공판정에서 어떻게 증거를 효율적으로 현출시키느냐 문제를 집중 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동·노인·장애인·빈곤층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검찰권 행사도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사회적 약자의 적극적인 재판 진술권 보장, 학대 피해 아동의 국선변호인 의무 선정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서로 배려·소통을 통해 활기차게 일하고 본분에 충실해 ‘국민과 함께 하는 검찰’이 되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추 장관의 대면 감찰 압박에도 윤 총장은 일선 검사들과 만남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3일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부장검사 리더십 강화를 시작으로 9일에는 차장검사 리더십, 17일에는 사회적 약자 보호 관련 간담회를 가졌다.
이 가운데 법무부는 이번 주 윤 총장을 상대로 대면조사에 다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지난 19일 윤 총장에 대한 1차 방문조사 시도가 무산된 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이 있을 수 없다”며 대면조사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윤 총장 측이 대면조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이번 주가 검찰총장 감찰을 둘러싼 추 장관과 윤 총장 갈등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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