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군단’ NC 다이노스가 한국프로야구를 접수했다. ‘게임벤처 신화의 대명사’ 김택진(53) 엔씨소프트 대표에게는 ‘우승 구단주’라는 타이틀이 새로 붙었다.
NC는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020 프로야구 KBO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4대 2로 이겼다. 이로써 7전 4승 시리즈를 4승 2패로 가져간 NC는 지난 2011년 창단 이후 9년 만에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통합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지난달 24일 정규 시즌 우승 확정으로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따낸 지 정확히 한 달 만의 일이다. 2016년 처음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뤘지만 두산에 4전 전패로 허무하게 무릎 꿇었던 NC는 4년 만에 통쾌한 설욕에도 성공했다.
NC는 2012년 2군을 거쳐 2013년부터 1군 무대에서 기존 팀들과 겨뤄왔다. 7위-3위-2위-2위-4위-최하위-5위에 이어 1군 진입 8시즌째에 첫 정규 시즌 우승과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꺼번에 해냈다. ‘택진이형’이라는 애칭으로도 유명한 김 대표는 2011년 3월 창단 승인식 당시 “야구는 내 삶의 영화이자 삶의 지혜서였다”며 “온라인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청소년들에게 야구 서비스를 제공해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일부 지기 위해 구단을 창단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힌 바 있다. 시리즈 6경기를 모두 현장에서 관전하는 열정을 보인 그는 선수단의 환호 속에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야구 마니아로서 기쁨을 만끽했다.
1차전을 잡은 뒤 2·3차전을 내주며 위기를 맞았던 NC는 4~6차전 3경기를 내리 따내는 저력을 과시했다. 4차전에서 39개의 공을 던지며 세이브를 챙겼던 에이스 드류 루친스키는 이틀만 쉬고 선발로 나서 5이닝 무실점으로 임무를 완수했다. 안타 6개와 사사구 2개를 내줬지만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루친스키는 이번 시리즈에서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69의 완벽에 가까운 투구로 NC를 정상으로 안내했다.
타선에서는 2번 지명타자 이명기가 5회 말 2사 1·2루에서 상대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를 두들기는 우전 적시타로 포문을 열었다. 6회에는 애런 알테어의 2루타와 박석민의 적시타, 이후 2사 만루에서 터진 박민우의 2타점 쐐기타로 4대0까지 달아났다.
두산은 3차전 7회 득점 뒤 6차전 6회까지 25이닝 연속 무득점에 그치며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연속 이닝 무득점이라는 불명예 신기록을 세웠다. 이날 7회 초 1사 2·3루에서 김재환의 2루 땅볼 때 첫 득점에 성공하고 이어 김재호의 2루타로 추가점까지 냈지만 거기까지였다. 5차전까지 20타수 1안타, 타율 5푼의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두산 4번 타자 김재환은 이날도 4번 타순에서 3타수 무안타 1타점 1볼넷으로 이렇다 할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모기업의 어려운 사정에 매각설이 끊이지 않던 디펜딩 챔피언 두산은 준플레이오프부터 LG 트윈스, KT 위즈를 차례로 꺾고 최종 무대까지 올라가는 투혼을 발휘했지만 NC의 데이터 야구를 넘지 못했다.
NC는 지난 시즌 선수 출신의 전력분석팀과 비선수 출신 분석가를 한데 묶어 데이터팀으로 통합한 데 이어 올 시즌은 1·2군 선수와 코칭스태프 전체에 태블릿PC 총 120개를 1대씩 돌렸다. ‘야구의 과학화’를 외친 김 대표의 뜻이었다. 선수단은 태블릿PC로 언제 어디서나 구단 정보시스템에 접속해 자신의 영상과 기록 등을 확인하며 기량 연마에 몰두했다. 이적생 양의지·박석민 등과 창단 멤버 나성범·박민우 등의 조화가 빛난 NC는 꼴찌로 처진 지 두 시즌 만에 기막힌 반전에 성공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