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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직원 사칭해 돈 빼돌린 전달책의 황당한 주장 “보이스 피싱인지 몰랐어요”[범죄의 재구성]

백수 탈출해 보이스 피싱 가담했다 검거

“보이스 피싱인지 몰랐다” 범행 부인

법원 징역 2년 6개월 판결

/이미지투데이




※본 기사는 1심 재판 과정을 통해 재구성된 내용으로 대법원 판결을 통해 확정된 사실이 아님을 밝힙니다.

보이스 피싱은 범죄가 맞다. 보이스 피싱 전화가 너무 흔해져서 이제는 “당하는 사람이 바보”라는 말까지 있지만 범죄자의 악행보다 피해자의 두려움을 문제 삼는 것은 옳지 않다. 무엇보다 우리 주변에는 보이스 피싱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 보이스 피싱 조직원들을 용서할 수 없는 이유다.

백수인 A씨는 지난 6월 일자리를 찾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 불황인 탓에 직업을 구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서 구미가 당기는 조건을 발견했다. ‘고수익 보장 간단한 일’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었다. 내용을 살펴보니 사람을 만나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돈을 받고 이를 빼돌리는 역할을 하는 일이었다. 보이스 피싱 조직에 가담하는 것임을 몰랐던 것일까. A씨는 이 일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A씨는 7월 28일 작업에 들어갔다. 그는 오전 11시 강남구 언주로에서 피해자를 만나 금감원 직원임을 사칭해 2차례에 걸쳐 현금 약 5,000만 원을 교부 받았다. 이후 그는 해당 돈을 갖고 역삼역으로 가 3번 출구에 있는 화장실에 두고 나왔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기 위해 위조 공문서를 만드는 것도 A씨의 일이었다. 보이스 피싱 조직이 보내준 서류를 적당히 가공해 작업을 해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일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다. A씨는 검거됐고 검찰에 의해 공문서위조,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그런데 법원에서 A씨는 황당한 주장을 하기 시작한다. 자기가 한 일이 보이스 피싱 관련 일인지 몰랐다는 것이다. 거액의 돈을 받고 모종의 장소에 옮겨 놓았지만 이 일이 불법적인 일인지 몰랐다는 그의 주장은 다소 황당하다. 법원도 A씨의 말을 믿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검찰에서 대기업의 비자금을 전달해 주고서 돈의 2%를 받는 대가로 대기업의 돈을 빼돌리는 게 불법적인 일일 것이라고 살짝 생각은 했다고 인정하고 있다”며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 형을 판결했다.

A씨는 범죄의 대가를 치르게 되지만 피해자는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그의 황당한 주장에 분노가 커지는 이유다. 보이스 피싱은 범죄가 맞다. “당하는 사람이 바보”라는 말보다 범죄자들을 남김 없이 찾아 엄벌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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