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장관이 24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과거 정권에선 생존자들의 경험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듣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2015년 체결한 한일 위안부 협정 등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강 장관은 이날 외교부가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제2차 여성과 함께하는 평화 국제회의’에서 “현 정부는 생존자들로부터 듣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장관은 “피해자와 생존자의 배상금과 다른 형태의 보상에 대한 권리는 완전히 보호되고 옹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해자의)면책권을 없애고 정의를 되살리는 것이야말로 생존자 중심 접근의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짚었다.
또 “우리는 피해자와 생존자들이 평화 과정에서 핵심 이해관계자이자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해 4월 생존자 중심 접근을 강조한 결의 2467호를 채택하는 등 그간 성과가 있었지만, 국제규범과 현실의 간극이 여전히 매우 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상황이 악화했다고 지적했다.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통행금지령과 이동 제한 등으로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되면서 난민 캠프 등에서 성폭력이 늘었고, 피해자들이 지원단체의 도움을 받으러 가기 힘들어졌다는 주장이다.
이번 회의에는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 로드 아흐마드 영국 국무상, 재클린 오닐 캐나다 여성·평화·안보 대사, 프라밀라 패튼 분쟁하 성폭력 유엔 사무총장 특별대표, 2018년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자인 드니 무퀘게 박사와 나디아 무라드, 앤젤리나 졸리 유엔난민기구 특사 등이 연사로 참석했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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