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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 컴공과 정원 10년새 5배↑...서울대는 16년간 15명 늘려

[디지털뉴딜 시대...인재가 없다]

국내 관련 대학원 다합쳐도 졸업생 300명대...인재 기근 악순환

정부 부랴부랴 정원 늘린다지만 수도권 규제에 묶여 공염불 우려

AI논문 등록 건수도 美·日과 10배차...미래산업 경쟁력 벼랑끝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한 학생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로봇실험을 하고 있다. MIT는 지난 2018년 1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성해 AI 교육 과정을 창설했다. /MIT 유튜브






#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지난해 인공지능(AI) 단과대를 설립하며 1조1,000억원(약 10억달러) 규모의 기금을 마련했다. 대부분의 자금은 우수한 교수진을 영입하는 데 쓰인다. 반면 한국을 대표하는 서울대가 AI 연구와 교육을 위해 조성한 모금액은 수백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급성장하고 있는 AI 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을 가르칠 교수들을 확보하는 데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다.

전문가들은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DNA) 등 신산업 분야의 국내 기업들이 인력난에 허덕이는 가장 큰 이유로 대학교육 문제를 가장 많이 꼽는다. 국내 대학들이 미리 준비를 하지 않아 급성장하는 디지털 신산업에 공급할 인재들을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미국·영국·중국 등의 대학들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DNA 관련 학과를 개설해 석학들을 교수로 영입하고 관련 인재들을 육성하고 있지만 국내 대학들은 재정부족·입학정원제한 등을 이유로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올해 초 발간한 ‘IT&Future Strategy’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AI 관련 국내 논문 등록 건수는 37건으로 진흥원이 조사한 7개 국가 중 6위에 그쳤다. 1위에 오른 중국은 440건, 2위인 미국은 405건으로 국내와는 큰 격차를 보였다. 아울러 2014년부터 이어진 논문 등록 추이도 한국은 20~40개 사이에 머물러 있는 반면 미국은 2014년 248건에서 2018년 405건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과학기술 관련 부처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미국·중국·유럽 등의 학계에서 데이터나 AI 등 신산업과 관련한 논문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한국은 관련 학과 자체가 미비하고, 최상위 레벨의 연구인력도 부족해 신산업 분야의 기초부문에서 크게 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톱 콘퍼런스에서 논문을 발표해 이른바 ‘AI마스터’라고 불리는 전문가가 전 세계 2만2,400명에 달하지만 한국은 1.8%인 405명에 불과하다. 미국은 1만명, 중국은 2,500명 수준이다.

정부는 부랴부랴 관련 학과와 대학원을 신설해 인재양성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월 AI대학원 프로그램을 확대 개편해 2020년 7개 대학원을 추가로 선정, 지원하기로 했다. 4월 추가 지정된 연세대·울산과학기술원(UNIST)·한양대를 포함해 전국에 총 12개 AI대학원이 운영될 예정이다. 관련 학부도 속속 신설된다. 올해 가톨릭대·서울과학기술대·성신여대·중앙대 등은 AI 관련 학과를 신설해 각각 30~40명 수준의 신입생을 선발했다. 교육부는 초중고교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 AI 교육을 도입해 프로그래밍, 인공지능 기초원리 등의 교육 내용을 반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국내 AI대학원·데이터대학원 등 특화 대학원 입학 정원은 모두 합쳐 300명 언저리에 불과하다. 신설되는 AI대학원에서 인재가 본격적으로 배출되기 시작하는 2025년까지 5년이나 기다려야 한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한 관계자는 “DNA 사업 분야는 기술의 흐름과 산업 변화 사이클이 짧아 시기를 조금만 놓쳐도 도태된다”며 “앞으로 5년간 AI 대학원 인재들이 배출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대학들이 1982년에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묶여 전체 정원을 제한받고 있는 점도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스탠퍼드대는 컴퓨터공학과 재학생을 2009년 150여명에서 10년 새 750여명으로 다섯 배나 늘렸다. 하지만 서울대는 2005년 이후 15년째 55명을 유지하다 올해 16년 만에 정원을 고작 70명으로 늘렸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4차 산업혁명의 도래, AI와 빅데이터 분야의 급속한 확대로 대학 진학자들의 컴퓨터공학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폭발하고 있는데 국가 차원에서 미래 산업이 요구하는 인력이 배출되지 못하고 있다”며 “수도권정비계획법 때문에 대학의 총정원이 꽁꽁 묶여 있는데 정부는 미래 산업 지형이 요구하는 인력을 탄력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2030 AI 국가전략 목표’를 발표하면서 각 대학의 학생 정원에 미달하는 결손 인원을 활용해 AI 관련 학과를 신·증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AI 관련 학과 인원을 늘리기 위해서는 학내에서 지원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기초학문이나 인문계열 정원을 조정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SKY(서울·고려·연세대)’ 등 서울 주요 대학의 경우도 이 문제로 관련 학과 인원이 수년째 요지부동이다. ‘제 살 깎아 먹기’ 식으로 학문 간 갈등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AI 등 첨단학과 인원을 매년 8,000명씩 늘려 10년간 8만명을 추가 양성한다고 했지만 구체적 방안 없이는 공염불에 그칠 상황이다.

반면 AI 기술력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관련 학과 개설에 박차를 가하면서 재정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이 지난달 발표한 ‘중국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 보고서 2020’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는 180개 대학이 AI 학부 과정을 개설했고, 베이징대 등 11개 대학은 AI대학원과 연구원을 설립했다. 관련 연구실적도 급상승 추세다. 중국은 지난해 한 해 AI 관련해 3만여개 특허를 출원했는데 이는 2018년 대비 무려 52.4% 증가한 숫자다. 같은 해 AI 논문은 2만8,700건 발표됐고, 논문의 질도 제고돼 최근 5년간 발표된 AI 논문 인용 순위에서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2018년 내놓은 ‘대학 AI 인재 국제양성계획’ 등에 따라 앞으로 5년간 관련 분야에 1,700조원을 투자해 500명의 AI 교수, 5,000명의 AI 연구자를 육성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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