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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시로여는 수요일] 기일

이돈형

내 기일을 안다면 그날은 혼술을 하겠다

이승의 내가 술을 따르고 저승의 내가 술을 받으며 어려운 걸음 하였다 무릎을 맞대겠다

내 잔도 네 잔도 아닌 술잔을 놓고 힘들다 말하고 견디라 말하겠다

마주 앉게 된 오늘이 길일이라 너스레를 떨며 한 잔 더 드시라 권하고 두 얼굴이 불콰해지겠다

산 척도 죽은 척도 고단하니 산 내가 죽은 내가 되고 죽은 내가 산 내가 되는 일이나 해보자 하겠다

가까스로 만난 우리가 서로 모르는 게 많았다고 끌어안아보겠다



자정이 지났으니 온 김에 쉬었다 가라 이부자리를 봐두겠다

오늘은 첨잔이 순조로웠다 하겠다





술을 끊었지만 도수 낮은 청주 하나 마련해 두어야겠네요. 혼술로 시작했지만 대작이 되는 저 술자리를 준비해 두어야겠네요. 나와 헤어진 날이 나와 만나는 날이 되다니, 산 척도 죽은 척도 다 해보아 잘도 통하겠네요. 이부자리를 함께 덮어도 깔깔깔, 낄낄낄 이야기가 그치지 않겠네요. 꺼리던 날이 설레는 날이 되다니, 기쁨이 두 배겠네요. 천 길 낭떠러지를 내려왔으나 마른 땅 닿자 스미는 첫눈의 기쁨을 알겠네요. ‘아내가 죽자 춤추며 노래한 장자’의 뜻을 짐작하겠네요. 모든 여행의 끝엔 자신이 남듯, 궁극의 오지에서 ‘나’를 만나겠네요. 살아서 힘들었던 나와, 죽어서 즐거웠던 나 건배해요, 찬!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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