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문재인 정부와 여권을 향해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020년 귀속분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서가 발송되면서 곳곳에서 납세자들의 아우성이 터져 나오는 상황과 관련, “걱정하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폭탄’이 떨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 지사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총선 때 ‘1가구 1주택 종부세 합리적 조정’을 약속했는데 빈말이 됐다”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종부세 폭탄 문제는 단순 세금을 많이 내느냐, 적게 내느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상황을 짚고 “종부세 폭탄이 걱정되는 진짜 이유는 주거의 불안정성을 높이기 때문”이라고 거듭 정부 정책을 정조준했다.
원 지사는 이어 “수많은 반대에도 임대차 보호법을 밀어붙일 때는 주거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강변하더니, 다른 한편에선 종부세 폭탄이 주거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한 뒤 “종부세는 국가에 내는 월세다. 국가 월세가 예측 불허로 뛰고 있다”고도 적었다.
아울러 원 지사는 “종부세 폭탄은 국가에 월세 낼 돈 없는 사람들은 살던 집에서 빨리 나가라는 말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고 쏘아붙인 뒤 “세상에 어떤 국가가 자기 국민에게 살던 집에서 내모는 정책을 펴느냐”고 거듭 강한 어조의 비판을 이어갔다.
여기에 덧붙여 원 지사는 “정부 정책 실패로 집값을 폭등시키더니, 정부 소신으로 공시가를 올려 세금 폭탄을 투하했다”면서 “내 집을 갖고 있는 것을 죄로 보는 정부에게 벌금 고지서가 날아온 격”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더욱 끌어올렸다.
한편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종부세 고지서 발송이 시작됐다. 고지된 종부세를 확인하려는 납세자들이 몰리면서 모바일 홈택스, 손택스 애플리케이션이 한때 접속장애를 빚기도 했다.
종부세 대상자는 지난해보다 20만명 가까이 증가한 70만명대로 급증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올해 공시가격 상승 영향으로 금액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전국 평균 5.98%지만 서울 강남권과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지의 3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 공시가격은 30% 가까이 뛰었다.
종부세 대상이 되는 공시가격 9억원 이상 공동주택은 지난해 20만3,174가구에서 올해 28만1,033가구로 8만가구가량 증가했다.
국토교통부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서울시 공시가격별 공동주택 현황(매년 6월1일 기준)’에 따르면 강남구(8만8,105가구), 서초구(6만2,988가구), 송파구(5만4,855가구) 등 강남뿐 아니라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마포구(7,079가구), 용산구(1만6,447가구), 성동구(9,635가구)와 양천구(1만6,417가구) 등 서울 전역이 종부세 대상에 올랐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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