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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시그널]트럼프와 바이든의 승패를 가른 미 대선의 내러티브(영상)







지난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 당선인에게 정권 인수인계 업무를 지원해줄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승복은 아직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대선이 끝난지 20여일이 지난 현재까지 결과가 깔끔하게 나오지 않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대선 전 있었던 여론조사의 결과와 달리 바이든 당선인이 압승을 거두지 못했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에 트럼프가 쉬이 인정을 하지 않는 점이다.

미국의 대선 제도가 복잡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오랜 기간 미국에서 채택해온 제도인데도 불구하고 여론조사가 언제나 틀린다는 점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제도의 허점을 꼬집으며 불복 소송을 이어가겠다는 점은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다. 행동경제학연구소 정태성 대표와 미국 대선 과정과 결과에 대해 생기는 의문을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이야기 나눠봤다.


Q. 트럼프 대통령은 왜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나?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기위주편향이 심한 사람이다. 개인의 성공은 내가 잘해서 그런 것이고 실패하면 남 탓을 하는 것을 자기위주편향이라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부동산 사업과 방송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면서 정치적으로도 성공한 사람이다. 실패를 겪어보지 못한 사람에게 주로 나타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선거 실패의 원인을 스스로에게서 찾는 것이 아니라 선거 제도에서 찾는 것이다.


Q. 바이든 당선인의 압승을 점쳤던 여론조사와 달리 접전 끝에 승패가 확정됐다. 여론조사는 왜 틀릴까?

기본적으로 여론조사는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사람들의 참여도가 높다. 그렇기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가 왜곡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이번 선거의 여론조사는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 탓에 더욱 왜곡되기 쉬웠다. 대선을 앞두고 흑인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사건이 발생해 여론조사에도 이런 사회의 전반적인 움직임이 반영된 것이다. 흑인 인권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여론조사에 더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여론조사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도 있다. 여론조사를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표본을 뽑아서 진행한다. 이때 여론조사 기관이 표본을 추출하는 방식이 국민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기존의 표본 선정은 인구통계학적 요소만으로 이루어진다. 성별과 나이, 사는 지역과 같은 요소는 한 사람을 이루는 아주 한정적인 정보에 불과하다. 따라서 원하는 정확한 대선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다. 가령 유럽의 경우는 표본을 추출할 때 집안의 자산 정도, 가족 구성원의 노조가입여부와 같은 사회경제적 요소도 고려한다.



표본을 잘 추출하더라도 여론 조사에 성실하게 응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실제로 출구조사나 사전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찍은 혹은 찍을 후보와 다른 후보로 응답한 경우가 많다. 행동경제학 연구소에서 여론조사 응답 성실도에 대해 자체적으로 연구를 진행했을 때에는 응답에 따른 인센티브가 소액이라도 주어지는 것이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Q. 두 후보의 승패를 가른 ‘내러티브’는 어떤 것인가?

이번 미국 대선에서는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라는 두 가지 내러티브가 있었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미국 70여년 만의 최악의 경기 침체’, ‘심각한 양극화’ 등의 내러티브를 내세웠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성장’, ‘코로나 곧 사라질 것’과 같은 내러티브로 대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흑인인권 운동과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하면서 대선의 승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이처럼 많은 의사 결정이 합리적 의사판단보다는 내러티브에 의해 결정된다. 가령 영국의 브렉시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부 국민투표를 놓고 주요 여론조사 기관은 ‘잔류가 우세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결과는 탈퇴 표가 51.9%로 더 많았다. 합리적으로 따진다면 영국의 유럽연합 잔류가 국익에 더 도움이 될지라도 영국인에게 작용한 내러티브는 따로 있었던 것이다. 런던 외에 살고 있는 영국 국민이 런던에 방문했을 때 받은 충격이 바로 브렉시트 결정을 판가름한 내러티브다. 진짜 영국인인 자신보다 이민자가 더 부유하게 사는 런던의 광경을 보면서 영국 국민들이 ‘불공정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중요한 의사결정들이 합리적인 판단보다는 내러티브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내러티브를 잘 이용해서 자신의 전략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한 선택에 앞서 내러티브에 좌우되지 않는 것도 모두 중요하다.

/정현정기자 jnghnji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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