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중국의 외교부 장관 격인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한다. 사흘 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왕 부장은 방한 기간 동안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등 정부와 여권의 핵심 인사를 두루 만나 한·중 관계의 발전 방안을 모색한다. 왕 부장의 이번 방한을 두고 내년 1월 출범하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중 노선 구축을 저지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25일) “문 대통령은 11월 25일부터 11월 27일간 공식 방한하는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11월 26일 오후에 청와대에서 접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왕 부장의 방한은 지난해 12월 후 약 1년 만이다. 왕 부장은 당시에도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예방했다.
왕 부장의 이번 방한은 시기적으로 주목된다. ‘동맹 복원’을 강조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에서 한·미·일 3각 동맹에 ‘견제 시그널’을 보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8월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의 방한에 이어 3개월 만에 고위급 인사가 방한하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점이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당시 양제츠 위원은 부산에서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회담을 가진 바 있다.
왕 부장은 일본에서 일정을 마치고 25일 오후 10시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날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갖는 것을 시작으로 공식 외교일정을 소화한다. 왕 부장은 강 장관과 함께 시내에서 오찬도 함께할 예정이다.
이어 왕 부장은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접견한다. 이 자리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조를 비롯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 한·중·일 정상회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 등 다양한 현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저녁에는 오랜 인연을 맺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과 만찬을 함께 한다. 만찬 일정은 왕 부장의 요청으로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03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의 대중국 특사로 베이징을 방문했으며, 문 대통령의 취임 첫 해인 2017년에는 특사 자격으로 파견돼 시진핑 주석에게 친서를 전달한 바 있다.
방한 마지막날인 27일에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이재정 의원, 민주연구원장인 홍익표 의원과 조찬을 한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과도 면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는 이날 오찬을 갖기로 했으나 이 대표가 코로나19 확진자 접촉에 따라 자가격리 중인 가운데 일정이 취소됐다. 이 대표는 “다음엔 고향 막걸리로 모시겠다”며 친전과 꽃바구니를 전달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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