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헌정사상 초유의 직무배제 조치에 돌입하면서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으로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했던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가 25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이전투구에 발 디뎌 흙탕물 튀는 게 싫다면 대통령직에 계속 있을 필요가 없다”고 맹폭했다.
임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 사태를 두고 “정권 입맛에 맞지 않으면 임명권자가 해임하면 될 일”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 1년이 다 되도록 임명권자는 손을 놓고 있고 피임명자끼리 물러나라, 못 물러난다 다투고 있다”며 “대통령의 공무원 임명권은 헌법에 보장돼 있는 권한이고 국민이 그 권한을 행사하라고 대통령으로 만들어줬다. 하기 싫거나 못 하겠으면 인사권을 내놓으면 될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밖에도 문 대통령이 4년 다 돼가도록 해놓은 게 뭔지 의문”이라며 “국민을 둘로 나눠 분열시키고 보여주기식 인기관리나 하고 있다. 대통령은 책임을 지는 자리”라고 일침을 가했다.
윤 총장이 처한 상황에 대해선 “처음에는 인사권 박탈이었다. 그 다음엔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박탈이었고 이번엔 아예 직무 정지”라면서 “사람은 식물인간 상태가 돼도 여전히 존엄한 존재이지만 식물총장은 다르다.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는 채로 수개월 자리만 지켰다면 아예 필요 없는 자리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어 “취임 직후부터 정권의 눈 밖에 났는데도 불구하고 신속히 해임한 뒤 신임총장을 임명하지 않는 것을 보니 정부에서도 없어도 되는 자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렇다면 이제 답이 나왔다. 해임도 필요 없다. 그냥 검찰총장직 자체를 없애버리면 된다”고 비꼬았다.
추 장관을 놓고는 “법무부장관 취임한 지 일년이 다 돼 가는데도 장관으로서 한 일이라고는 검찰총장과 다투는 것이 전부”라며 “그렇다면 법무부장관은 없어도 되는 자리 아닌가”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 직무배제가 ‘사상초유’라고 한다. 좋은 일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일로 비상시국도 아닌데 사상초유라니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정부·여당을 겨냥해 “2/3 가까운 의석을 확보했으니만치 역대 어느 정부보다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게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부정적인 일로 자꾸 사상초유를 만들어낼 상황이 아니”라면서 “법무부장관직이 불필요하거나 장관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앉아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임 교수는 “애초 민주화운동이나 촛불혁명도 모두 쓸데없는 일이었을지 모른다”면서 “자칭 민주화 세력이 스스로 민주주의를 짓밟고 촛불정권을 자임하는 정권이 권력의 사유화에 반대한 촛불정신을 짓밟고 있다”고 일갈했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24일 윤 총장에 대해 징계 청구와 직무 배제를 명령했다. 법무부 장관이 현직 총장의 직무 배제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날 저녁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직접 브리핑에 나선 추 장관은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 배제 조치를 국민께 보고드리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추 장관은 “그간 법무부는 검찰총장의 여러 비위 혐의에 관해 직접 감찰을 진행했고, 그 결과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확인했다”면서 “윤 총장이 언론사 사주와 부적절하게 만났고,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를 불법 사찰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한명숙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해 측근을 비호하기 위해 감찰을 방해했다고도 밝혔다. 아울러 윤 총장이 최근 법무부 감찰관실의 대면 조사에 응하지 않아 감찰을 방해했다고도 했다.
또한 추 장관은 “총장의 정치적 중립 손상으로 직무수행을 용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추 장관의 조치에 대해 윤 총장은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등 즉각 반발했다. 대검 측은 “검찰총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소임을 다해왔다”며 “(윤 총장에 대한) 위법·부당 처분에 대해 끝까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