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이 1,000년 넘는 긴 시간 동안 역사의 중심에 있을 수 있었던 비결은 개방성과 협력이었다. 로마를 위해 일하는 자는 출신과 관계없이 누구나 로마 시민이 될 수 있었다. 세금으로 걷은 돈은 폐쇄된 성을 쌓는 대신 사방으로 통하는 길을 닦았다. 로마는 개방된 플랫폼이었고 그 기반 위에서 경제가 발전하고 문화는 꽃피울 수 있었다. 성공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면 로마제국의 통치 방식을 눈여겨볼 만하다.
오늘날 비즈니스에서 많은 기업은 플랫폼 구축을 위해 방대한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는 고객의 니즈가 더욱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한 기업체의 역량만으로는 시장의 모든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다. 기업 간 담을 헐고 협력하는 것이 필수다. 게다가 공간적인 제약마저 사라져 사업을 무한히 확장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특성들이 바로 플랫폼의 가치에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이유다.
필자는 이미 지난 2015년에 플랫폼 경쟁력 확보를 위한 개방은 필수라고 보고 금융권 최초로 오픈API를 도입했다. 오픈API란 누구든 프로그램 개발에 이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명령어 묶음(소스코드)을 공개한 것으로 금융 정보 조회, 간편 결제, 공과금 납부 등을 구현할 수 있다. 지금까지 오픈API를 기반으로 63개의 핀테크 기업의 서비스가 나왔고 5조 원 이상이 거래됐다.
당시 API를 공개하겠다고 했을 때 내부적으로는 “수수료 수익이 줄지 않겠느냐”는 등의 반대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다양해진 소비자 요구에 맞추려면 기존 은행 서비스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모두를 설득했다. 오픈API 플랫폼은 결국 금융 당국의 눈에 들어왔고 2016년 농협은행의 모델을 딴 정부 주도의 오픈 API가 만들어졌다. 이는 여러 은행, 핀테크 애플리케이션에서 금융사 계좌를 한 번에 조회하고 이체할 수 있는 오픈뱅킹으로 진화했다. 세계적으로도 주요 금융 기관들이 API를 공개하고 핀테크 기업과 협력을 강화해 디지털화·비대면화 등 변화된 사업 환경에 대응하는 추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플랫폼 헤게모니’ 전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농협은행은 금융의 기본은 ‘신뢰’라는 사실을 명심하면서 고객과 협력사에 신뢰를 주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고객에게는 더 나은 편의성과 가치를, 협력사에는 참여에 따른 기회와 이익을 제공하는 모든 국민의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필자와 농협은행 임직원은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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