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종교 행사 참석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헌법의 가치가 훼손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26일(현지 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대법원은 지난 25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종교 행사 참석자 수를 제한한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행정명령이 부당하다며 가톨릭과 정통파 유대교 측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코로나19 위험지역(레드존)은 10명, 덜 위험한 지역(오렌지존)은 25명으로 예배 참석 인원을 제한한 행정 조치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연방대법원은 “감염병 사태에서도 헌법이 뒤로 밀리거나 잊히면 안 된다”며 “예배 참석 규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 헌법 제1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레드존에서 종교 시설의 경우 참석자를 10명으로 제한하는데 슈퍼마켓이나 애견 용품 판매점 등은 규제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의 의견이 결정적이었다. 보수 성향 대법관 6명 중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제외한 이들이 모두 종교계의 손을 들어주며 5 대 4의 원고 승소 판결이 났다. 종교 단체 측 변호인은 “대법원이 자유로운 종교 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신속하게 결정해준 데 감사하다”고 논평했다.
반면 소수 의견을 낸 로버츠 대법원장은 “치명적인 코로나19 전염병 상황에서 보건 의료 전문가가 공공의 안전을 위해 내린 결정을 무시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쿠오모 주지사는 이날 언론에 “(이번 판결은) 법원이 자신의 철학과 정치적 견해를 표시한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다만 지금은 코로나19 경계수위가 내려가 종교 행사에 인원 제한이 적용되지 않고 있어 이번 판결에 따른 실질적인 변화는 없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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