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 보수야당인 국민의힘이 헌정 사상 처음 검찰총장을 직무정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이에 침묵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윤 총장은 적극적으로 감싸지 않고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것은 잘못”, “여당 사람”이라며 되레 거리를 두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하고 패스트트랙(공수처, 선거법 등 신속처리안건) 수사로 야권 정치인을 재판에 올린 윤 총장을 감싸면 보수 지지층이 분열할 수 있다는 두려움도 감지된다.
“윤석열, 보수진영에서 데뷔하면 죽는다"
26일 야권의 한 중진은 윤 총장 사태에 대해 “여기로 와서 정치하겠느냐. 바로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는 진단했다. 또 다른 유력 정치인은 “정치를 보수진영에서 하면 죽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들은 모두 보수진영에 대한 윤 총장의 ‘원죄’를 말했다. ‘특수통’ 출신인 윤 총장은 2013년 박근혜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활동하다 한직으로 밀려났다. 이후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 수사팀장으로 복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인 2017년 7월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수사와 공소유지의 적임자”라며 윤 총장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했고 여권의 반대에도 검찰총장까지 고속 승진시켰다. 윤 총장과 측근 검사들은 지난 9년간 보수정부를 유지한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을 모두 수사해 구속 기소했다. 또 야권이 4·15총선 패배의 한 원인으로 꼽고 있는 패스트트랙 수사도 윤 총장 휘하의 중앙지검이 수사했고 야권 정치인이 무더기로 기소됐다.
윤 총장에 대해 한 중진은 “야당이 무력하고 소위 문재인정권의 목을 칠 수 있을 것 같은 장수로서 유일하기 때문에 대선주자로 인기가 높은 것”이라며 “하지만 당에 들어오면 당원과 전국 조직이 있기 때문에 대선주자가 되기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보수진영, 하나같이 "윤석열, 우리 사람 아니다"
무엇보다 보수야당을 이끌고 있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부터 “그는 여권 사람”이라고 야권주자가 아니라는 점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
헌정 사상 처음 검찰총장 직무정지 명령을 내려 정치권이 들끓은 지난 25일에도 김 위원장은 윤 총장에 대해 “당연히 여권의 한 사람”이라며 “그런데 여권 내에서 자기네들의 내부 모순과 갈등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1일에도 김 위원장은 한 여론조사에서 대권주자 1위에 오른 윤 총장에 대해 “야당 정치인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정부·여당 사람”이라며 “지지도가 높다고 해서 야당 정치인이라고 볼 수 없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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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룡들도 입을 모아 윤 총장을 평가절하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현직 검찰총장이 대선 후보 지지율 수위를 다투는 것은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선진국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야당의 진공상태를 만든 것에 정치인으로서 책임을 느낀다. 비판하는 것을 넘어서 대안이 되는 정치를 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전 자유한국당 대표)은 한 발 더 나가 윤 총장을 보수·야권 분열의 주역으로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 검사를 앞세워 소위 국정농단 수사로 보수, 우파 진영을 궤멸시켜 놓고 추미애, 윤석열 갈등을 만들어 윤석열 검찰총장을 반대진영의 주자로 세우도록 야권 분열을 작업한 후 정권을 재창출한다? 참 대단한 반간계”라고 했다. 또 윤 총장에 대해 “문재인정권 탄생의 제1, 2공신”이라고도 평가했다.
野 "강골검사, 정치인으로서 겸손할 수 있겠나"
야권에서는 대전지검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의혹을 두고 정부부처와 관료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돌입하면서 윤 총장이 본격적으로 정치에 발을 들였다고 보고 있다. 윤 총장 방문 이후 대전지검이 수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야권 한 지역구 의원은 “최근 정치할 마음이 생긴 것 같은데 생각을 잘못했다”고 평가했다. 윤 총장의 인기는 콘트리트 지지층을 기반으로 한 문재인 정권과 거대 여당에 핍박받는 모습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것이다.
이 의원은 “최대한 정권에 얻어맞는 모양을 취하면 자신의 위치가 올라갈 수 있었는데 나서면서 가치가 떨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에 출석해 책상을 치며 여당 의원들에게 반박하는 모습이 검사로서는 시원했을지 모르지만 정치는 다르다”면서 “시장에서 사람들의 손도 잡고 이야기도 들어주고 해야 하는데 평생 강골검사로 살아온 그가 길에서 국민들의 공감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고 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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