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한국 방문이 한미일 협력 구도를 견제하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을 27일 내놓았다.
아사히신문은 왕 외교부장이 전날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면담한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틈새에서 고민에 빠진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북한과 대치하는 한국은 안보를 미국에, 경제를 중국에 의존한다”며 한국 정부 고위 관료가 “어느 한쪽을 고르는 것이 아니다. 생존을 위해 양쪽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아사히는 올해 8월에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이 한국을 방문한 것에 있어 왕 외교부장까지 한국을 찾았다면서 중국 중요 인물이 같은 나라를 잇달아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전제하고서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노림수가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왕 외교부장의) 이번 일본·한국 방문은 한미일 연대에 쐐기를 박는 것이 목적”이라며 “미국 차기 정권이 발족하기 전에 경제면에서 연계가 깊은 일본과 한국을 끌어당겨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2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에서 중국과의 급속한 관계 개선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고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경계감이 뿌리 깊은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와의 관계 구축을 우선한다는 구상이라고 전했다.
도쿄신문은 중국 측은 한국을 자신들의 편으로 만들어 국제사회의 포위망 형성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으며 한국 측은 경제 협력 파트너인 중국과의 관계를 잘 유지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실현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문 대통령과 왕 외교부장의 면담에서 문 대통령이 한중일 3국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왕 외교부장이 이에 대한 지지의 뜻을 표명한 것에 주목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에는 연내 개최를 목표로 하는 한중일 3국 정상회담에 일본을 참가시키려는 의도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통신은 분석했다.
한편 왕이 외교부장이 일본에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는 중국 영토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떠나면서 일본 정치권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재임 때부터 추진된 시 주석을 아예 2년 정도 연기하는 방안도 대두한 상황이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전날 열린 일본 집권 자민당 외교부회에서는 왕 외교부장이 24일 열린 중일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 때 센카쿠 열도가 중국 영토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반론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왕 외교부장은 당시 회견에서 “일본의 어선이 댜오위다오의 민감한 수역에 들어오는 사태가 발생해 우리들은 어쩔 수 없이 필요한 반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센카쿠 열도 인근 수역에서 중국 해경 선박과 일본 당국 선박 사이에 신경전이 이어지는 것에 대한 발언이다.
센카쿠 열도를 실효 지배하고 있는 일본 측은 일련의 사건을 “중국 당국 선박이 연일 일본 영해를 침범하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왕 외교부장은 양국 공동 회견에서 중국 일대가 중국의 주권 영역이라는 주장을 전제로 이같이 언급했다.
불똥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에게 튀었다. 자민당 외교부회에서는 회견 당시 즉시 반박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동 기자회견 때 모테기 외무상은 센카쿠 문제에 관해 “일본의 입장을 설명하고 중국 측의 긍정적인 행동을 요구한다”고 에둘러 언급했는데 이후에 왕 외교부장이 중국의 주장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도발했다.
모테기 외무상이 왕 외교부장의 발언을 부드러운 표정으로 듣는 영상까지 공개돼 인터넷에도 비판이 쇄도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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