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전국적으로 대구·경북·제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격상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 각지에서 집단감염이 속출해 대부분의 지역이 현재 적용 중인 거리 두기 단계를 강화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의 보수적인 거리 두기 단계 적용 탓에 신규 확진자가 급증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방역 당국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실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19일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1.5단계로 상향한 데 이어 불과 5일 뒤인 24일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2단계로 올렸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의 증가 폭은 더욱 가팔라졌다.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일평균 410명으로 전국 2.5단계 기준을 넘겼다. 현재 수도권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호남권 전체와 경남·강원권 일부 지역에서는 1.5단계가 적용되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세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날도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569명에 달해 전날(583명)에 이어 이틀 연속 500명대 후반을 기록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수도권 외 지역에서도 환자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며 “아직 중환자 치료에 차질은 없지만 현재와 같은 증가 추세가 2주 이상 지속되면 치료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수도권의 거리 두기 단계를 현재 2단계에서 2.5단계로 재차 올리는 데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손 반장은 “수도권 2.5단계 격상 기준은 (국내 지역 발생) 주간 평균 환자가 약 400∼500명일 때”라며 “아직 기준상으로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회적 거리 두기가 격상되더라도 2.5단계 대신 2.25단계처럼 2단계보다 다소 강화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발표한 거리 두기 상향 기준 원칙을 스스로 허물고 있다고 비판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는 “정부의 임기응변식 대응이 한심하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와 같은 방역 대책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정 청장이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교수 역시 “정부가 원칙 없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주무르고 있다”며 “이렇게 중구난방식의 방역 대책으로는 정부의 영이 서지 않게 되고 국민들도 정부의 발표를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지난 한 주간 일평균 신규 확진자가 6.1명에 그친 대구·경북권에 대해 신천지 대구교회발 1차 대유행 당시의 경험으로 시민들이 경계심을 풀지 않은 덕분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 교수는 “(1차 유행 당시) 입원할 병원이 없어 전국을 떠돈 충격으로 지역사회 전반에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2·3차 유행에서 집단감염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 역시 “과거 청정 지역으로 꼽혔던 지역에서 코로나19 유행이 늘어나는 것과 비교하면 거리 두기 준수만이 대유행을 억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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