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추기경 회의를 열고 신임 추기경 13명을 공식 임명했다. 신임 추기경에는 미국 최초의 흑인 추기경인 윌턴 그레고리 워싱턴DC 대주교도 포함돼 이목이 쏠리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교황은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추기경 회의를 열고 신임 추기경을 임명하며 “모든 형태의 부정부패를 경계하고 세속에 굴복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행사에 참석한 신임 추기경에게 추기경 반지와 ‘비레타(Biretta)’라고 불리는 빨간 사각모를 수여했다. 추기경은 가톨릭교회 교계제도에서 교황 다음으로 높은 성직자로, 80세 미만의 추기경은 차기 교황을 선출할 수 있는 콘클라베 투표권을 가진다.
미국 최초의 흑인 추기경도 행사에 참석해 교황 앞에서 무릎을 꿇고 비레타를 받았다. 그는 “축하해준 친구와 동료들이 ‘이젠 (미국에서 흑인 추기경이 나올) 때가 됐다’고 말했다”며 “아프리카계 미국인, 흑인 가톨릭 신자들이 전체 교회에서 중요하게 인식됐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레고리 대주교는 백인 경찰의 무릎에 짓눌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이후 미국 전역에 인종차별 철폐 시위가 번지던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며 화제를 모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DC의 한 가톨릭 성당을 찾아 성경을 손에 들고 사진을 찍자 종교 시설이 “정치적 의견 발표를 위한 자리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은 추기경 회의의 모습도 바꿔놓았다. 추기경 회의는 약 45분간 짧게 치러졌으며, 추기경 한 명당 축하 사절도 10명 이내로 제한됐다. 행사에 참석한 추기경들은 교황이 관저로 쓰는 외부인 숙소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약 열흘간 격리 기간을 거쳤다. 신임 추기경 가운데 필리핀과 브루나이 출신 2명은 자국 정부의 여행 제한으로 바티칸에 오지 못했다. 다만 교황은 그동안 해온 관례대로 추기경 회의를 마친 뒤 신임 추기경들과 함께 바티칸 내 수녀원에 거주하는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예방했다.
이번에 새로 임명된 추기경 13명 가운데 교황 선출 투표권을 가진 이는 9명으로, 출신국은 이탈리아와 르완다·미국·필리핀·칠레·브루나이·멕시코 등이다. 이번에 르완다·브루나이에서 사상 최초로 추기경이 임명됨에 따라 프란치스코 교황 재위 기간 첫 추기경 배출 국가는 18개국으로 늘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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