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그동안 주장해 온 내년 예산안 법정 시한 준수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법정 처리 시한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민의힘이 제안한 3차 재난지원금 예산안 반영에 뚜렷한 전략을 만들지도 못하고 있어서다. 정부 여당은 재난지원금을 본예산에 반영하기로 입장을 급선회한 데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4, 400만 명분으로 확대 추진하겠다며 본예산에 1조 3,000억 원을 추가 편성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3차 재난지원금 예산과 백신 예산까지 더하면 재난 예산 증가분은 5조 원가량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야당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와의 추가 협상 논의 등의 물리적 시간을 고려하면 결국 12월 2일 예산안 법정 시한을 넘길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은 그동안 12월 2일에 예산안뿐만 아니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까지 밀어붙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예산안 처리도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는 내부적으로 다음 달 14~15일께 임시국회 개의 카드를 놓고 검토에 돌입했다. 예산안을 법정 시한인 12월 2일을 넘겨 9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되, 처리하지 못한 주요 법안들을 임시국회를 열어 처리하겠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입법 독주에 대한 여론 악화가 민주당으로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산안을 법정 시한을 넘겨 처리하는 것도 문제지만 여당 단독으로 임시국회를 열어 여당의 중점 처리 법안을 처리한다는 것이 정치적 역풍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임시회가 열릴 경우 여당이 일방적으로 법안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야당이 임시회 개회에 동의할지 여부도 미지수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으로서는 지도부가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한 법안을 임시회 소집을 통해 처리할 것”이라며 “문제는 야당이 호락호락하게 민주당이 요구하는 대로 임시회 소집에 응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은 30일 법사위 전체회의와 12월 2일 열리는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 결과가 정국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30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과 함께 정보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여당 단독으로 처리할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여당이 예산안을 야당 없이 통과시키고 쟁점 법안 통과를 위해 임시국회까지 단독 소집할 경우 여론은 극심하게 악화될 수밖에 없다. 여당도 이런 점을 의식해 야당과 협상의 끈을 완전히 놓지는 않고 있다. 공수처법 개정안을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단독 의결하지 않고 시간을 끄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민주당이 예산안과 공수처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을 기습 상정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연내 법안 처리를 위해 각 상임위 소위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서 엄청나게 밀어붙이고 있다”며 “여론 악화에 부담을 가지고 있지만 의석수를 앞세워 언제든 밀어붙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의 ‘법안 단독 처리’에 맞서 원내 투쟁 역시 강화해야 한다”며 “지도부 차원에서 의원들에게 지역구로 너무 빨리 가지 말고 국회 안에 최대한 있어 달라며 12월 임시국회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종호·박진용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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